연기금투자풀 이탈 왜?…19조 자산중 대체투자 200억뿐

by박정수 기자
2019.05.17 05:00:00

[공공기관 경영평가 리포트]⑥천수답 연기금 운용
연기금투자풀 못 믿겠다…정기예금으로 이탈
연기금투자풀 상품 구성 빈약…대체투자 비중 높여야
기재부 "작년 첫 대체투자 운용..확대 필요 공감"

[이데일리 박정수 김소연 기자] 60여 개에 달하는 연기금의 자금 운용을 도맡는 연기금투자풀 수탁고가 쪼그라들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큰 대형 기금이 잇따라 자산운용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체계로 전환하고 중소형 기금들이 이탈한 영향이다.

연기금투자풀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고 수익률 또한 낮아 개별 연기금 입장에서는 연기금투자풀에 위탁할 유인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기금투자풀 수탁고(평잔 기준)는 지난 2016년 3분기 22조541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자금이 빠져나가 올해 3월 말 기준 19조3726억원으로 줄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14%(3조1692억원)가량 감소한 규모다. 연기금투자풀은 63개 연기금이 자금을 위탁하고 있다. 투자풀은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13조774조원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6조2952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등이 OCIO를 도입하면서 전체적으로 투자풀 수탁고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운용체계가 고도화하면서 맞춤형 상품으로 빠져나간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수탁고 감소는 중소형 연기금 이탈 영향이 크다”며 “소형 연기금들은 투자풀에서 뺀 돈을 확정금리형 상품에 넣는 추세”라고 전했다.

무역보험기금은 2016년만해도 기금 운용액 2조9537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조5448억원을 투자풀에 맡겼지만 작년에 이를 1조531억원으로 줄였다.

반면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8303억원에서 1조9428억원으로 늘렸다.

신용보증기금도 연기금투자풀에 맡기는 자금은 1조원에 불과한 반면 확정 금리형 상품 비중을 2016년 3조3265억원에서 2018년 3조8010억원으로 확대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2016년 이후 금리가 올라 채권형에서 연기금들이 자금을 대거 뺐다”며 “확정 금리형 상품에 자금을 넣어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는 경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 부문별 자금 추이를 보면 2016년 3분기에 채권형이 11조5627억원에 달했으나 작년 4분기에는 6조10억원으로 줄었다.



중소형 연기금들이 정기예금과 같은 확정 금리형 상품에 투자 비중을 높이는 이유는 연기금투자풀의 다양하지 못한 상품구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3월 기준 연기금투자풀은 전체 자금 중 8조5390억원(44.1%)을 주식·채권 혼합형 상품에, 6조1867억원(31.9%)을 국내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도 4조662억원으로 비중이 21%에 달한다. 반면 국내주식은 2958억원(1.5%), 해외주식 2399억원(1.2%), 국내대체 200억원(0.1%)에 불과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은 안정적인 상품에만 비중을 90% 이상 가져가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라고 말했다.

한 연기금 CIO는 “작년에 연기금들이 크게 손실을 봤던 것도 대체투자 비중이 극히 작았기 때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연기금 투자풀도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요 공제회들은 대체투자 호조 덕에 4%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례로 교직원공제회만 보더라도 작년에 국내 대체투자에서 13%대 수익률을 거둬 주식투자 실패를 만회했다. 작년 교직원공제회 투자자산 전체 수익률은 4.0%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에 연기금투자풀에서 처음으로 대체투자를 집행했다. 투자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대체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투자풀에서 대체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위탁하는 기금의 장기투자 자산규모가 크지 않아 ⑥대체투자를 확대하기 쉽지 않다”며 “기재부측에 대체투자 확대 등 자산투자처를 다양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연기금투자풀:정부 산하 연기금에서 여유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투자풀이다. 2001년 말 도입된 제도로 주간운용사는 4년에 한 번씩 선정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