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 푼다고 끝이 아니다"‥스타트업 지원 팔걷은 회계법인

by장순원 기자
2017.12.25 06:00:00

대형회계법인들,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가동
사업전략부터 상장방법까지 맞춤형 지원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스타트업 기업인 이뮤너스는 세계 최초로 유산균 전달체를 활용한 어업용 경구백신을 개발했다. 기존 백신은 주사형이라 치어(稚魚)에 일일이 투여해야 했으나 이 백신은 사료에 섞어 먹일 수 있어 개발만 마친다면 수산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자체 실험결과 환경이나 해양생태에 위험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관련법규에 규정이나 기준이 없어 지난 2년간 심사를 받지 못했다. 그동안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이뮤너스는 최근 회계법인인 삼정KPMG가 진행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나면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삼정이 가세해 관련 공무원과 접촉해 규정신설 등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진출 시 도움도 받을 수 있어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 됐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성장위기에 부닥친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KISS)을 운영 중이다. 창업 초기 기업이 빨리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창업 초기 단계를 벗어나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체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10곳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 성장단계에서 중요한 이슈인 사업전략, 해외 진출, 기업협력, 매각과 상장 관련 하나를 선택해 집중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발된 10곳은 회계나 세무, 재무, 비즈니스모델 상담도 수시로 진행한다. 스타트업 성장단계에서 부딪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도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국내 최대 전문 포털 데모데이와 공동으로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지원 팀과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 등이 확보한 투자자나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국내 최대회계법인인 삼일도 스타트업 기업이 직면하는 다양한 한계 상황에 대해 상황별로 필요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가동 중이다.

회계법인들이 스타트업을 적극지원하는 것은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기업활동에 필요한 실무적이면서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해 기업성장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이들 기업이 상장이나 매각할 만큼 성장하면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는 ‘윈윈’ 사업이라고 판단해서다.

현재 정부나 공공기관들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그러나 회계법인은 재무나 세무, 수출입은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어 스타트업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박상원 KPMG 이사는 “정부의 자금은 창업에 몰려 있는데 이미 창업한 기업이 경영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까지 지원이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