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연극으로 재탄생…'휴먼 푸가'

by장병호 기자
2019.10.26 06:00:00

남산예술센터·공연창작집단 뛰다 공동제작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아픔 무대로 옮겨
배요섭 연출 "사회적 고통 기억 방식 고민"

연극 ‘휴먼 푸가’의 연습 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1월 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휴먼 푸가’(연출 배요섭)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린 작품으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 무대화는 이번이 처음으로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제작한다.

원작 소설은 하나의 사건이 낳은 고통이 여러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클래식 형식 중 하나로 독립된 멜로디들이 반복되고 교차하며 증폭되는 푸가(fuga)와 맞닿아 있다. 연출가 배요섭은 “이미 소설로 충분한 작품을 연극으로 올리는 것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고 각인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연극은 소설 속 언어를 무대로 옮기지만 국가가 휘두른 폭력으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연기하지 않고 춤추지 않고 노래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연극의 서사에서 벗어난 작품으로 관객이 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가도록 구성한다. 슬픔·분노·연민의 감정을 말로 뱉지 않으면서 고통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시도한다.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연극 ‘고통에 대한 명상’ ‘바후차라마타’ ‘이 슬픈 시대의 무게’ 등을 선보여온 극단이다. ‘휴먼 푸가’에서는 배우들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출연 배우 공병준·김도완·김재훈·박선희·배소현·양종욱·최수진·황혜란과 제작진은 지난 1월 한강 작가와의 만난 뒤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보기 위해 몇 차례 광주를 방문해 자료를 조사하며 공연을 준비해왔다.

‘소년이 온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노사이드의 경험을 갖고 있는 폴란드에서 연극으로 제작해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지난 6월 ‘더 보이 이즈 커밍’이라는 제목으로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남산예술센터는 내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제작한 공연의 교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 9일 공연을 마친 뒤에는 ‘더 보이 이즈 커밍’의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와 배요섭 연출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티켓 가격 전석 3만원.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연극 ‘휴먼 푸가’의 연습 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
연극 ‘휴먼 푸가’의 연습 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