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시즌 2승 김세영 "상대가 렉시여서 5타 차도 안심 안해"

by주영로 기자
2019.07.15 08:44:43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22언더파 우승
5연속 버디 후 14번홀 위기 넘기며 우승 발판
5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어 2개월 만에 시즌 2승
"이어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우승 노릴 것"

김세영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비아의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시즌 2승에 성공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상대가 렉시인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총상금 175만 달러)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둔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김세영은 이날 버디 7개에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5타를 쳤다. 합계 22언더파 262타를 적어낸 김세영은 렉시 톰슨(미국·20언더파 264타)의 추격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5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 약 2개월 만에 시즌 2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세영은 시상식이 끝난 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이데일리와 통화하면서 긴박했던 우승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세영은 초반부터 격차를 벌리며 우승에 다가섰다. 그러나 상대가 톰슨이었기에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경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김세영은 한때 5타 차 선두로 내달렸다. 7번홀부터 11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에 성공, 톰슨에 5타 앞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이쯤 되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격차였다. 그러나 김세영은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김세영은 “상대가 톰슨이었기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면서 “마지막 2홀에서 이글 2개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5타 차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긴박했던 승부의 순간을 돌아봤다.

14번홀(파3)에서의 두 번째 샷은 이날 김세영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5타 차 선두였던 김세영은 이 홀에서 티샷이 그린 왼쪽 러프로 떨어졌다. 톰슨은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그린이 높은 위치에 있고, 홀의 위치도 어려운 지점에 있었다. 보기 이상의 타수를 기록하면 톰슨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위기였다. 그 순간 김세영은 모험을 선택했다. 웨지를 꺼내 들고 공을 높게 띄우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공이 홀 1m에 멈춰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김세영은 “솔직하게 그 순간 살짝 위협을 느꼈다”면서 “그린은 딱딱했고 그린 입구 쪽에서 홀 쪽으로는 내리막 경사여서 공략이 쉽지 않아 여러 상상을 했고, 기적 같은 샷이 나오지 않으면 파 세이브가 어렵다고 봐 ‘리스크를 안더라고 시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샷을 했던 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홀에서 파를 지키며 위기를 넘긴 김세영은 4타 차 선두를 유지했고, 이어진 15번홀(파4)에서 약 4m 버디에 성공, 다시 톰슨과의 격차를 5타로 벌렸다.

톰슨은 마지막까지 김세영을 위협했다. 1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데 이어 18번홀(파5)에서는 피칭웨지로 2온에 성공, 약 1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마지막 2개 홀에서만 3타를 줄였다.

김세영은 “경기를 하다 보면 아무리 버디가 많이 나오고 타수 차가 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는 게 골프다”며 “만약 5타 차가 난다고 해서 여유를 부렸더라면 우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우승의 원동력을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집중력의 승리로 자평했다.

지난 5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김세영은 이후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생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 가운데 2번의 메이저 대회가 있었지만, 모두 톱10에 실패하는 등 경기력이 떨어져 고민이 깊었다.

김세영은 “우승 이후 샷감이 떨어지면서 이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경기력도 크게 좋아졌다”고 만족해했다.

LPGA 투어는 7월 25일부터 프랑스 에비앙 레뱅에서 개막하는 에비앙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2주 연속 메이저 대회를 치른다. 시즌 2승으로 자신감을 찾은 김세영은 휴식 후 메이저 대회에서 시즌 3승을 노린다.

김세영은 “4주 연속 대회 참가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우선은 체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에비앙 챔피언십이 열리는 에비앙 골프장은 한국과 비슷한 코스 세팅이고 저도 좋아하는 코스여서 잘 준비하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세영은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으나 아쉽게 공동 2위에 만족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겨우 한숨을 돌린 김세영은 “이 대회는 LPGA 투어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며 “(박)세리 언니가 5번 우승했던 대회로 알고 있는데, 이런 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분 좋다”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 대회는 박세리가 1998년과 1999년, 2001년, 2003년, 2007년까지 5번 우승했고, 김미현(2006년), 이은정(2009년), 최나연(2010년), 유소연(2012년), 최운정(2015년), 김인경(2017년) 등 모두 7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