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도체 클린룸 '메카'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

by강경래 기자
2022.09.27 05:30:00

중기부 'K-스마트등대공장' 선정 대표 스마트공장
'FFU'·'EFU'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클린룸 생산
공정자동화 80%, 태양광 통해 전력 40% 자급도
"성균관대와 AI로 불량 사전 진단하는 시스템 협업"

[용인(경기)=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릅니다. 궁극적으로 용인사업장을 탄소와 미세먼지, 전기요금이 없는 ‘3무(無) 공장’을 실현할 계획입니다.”(박덕준 신성이엔지 용인공장장)

26일 방문한 신성이엔지(011930) 용인사업장. 건물면적 6897㎡(약 2086평) 규모로 지난 2016년 준공한 용인사업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대표 스마트공장’, 중소벤처기업부 ‘K-스마트등대공장’ 등에 잇달아 선정되며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마트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에서 직원이 협동로봇과 함께 클린룸 설비를 만들고 있다. (제공=신성이엔지)
신성이엔지는 1977년 설립된 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클린룸 설비, 이차전지(배터리) 드라이룸 설비를 비롯해 태양광모듈 등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첨단산업 분야에 주력해왔다. 이 회사가 올해 상반기 국내외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은 3140억원에 달했다.

신성이엔지는 용인과 함께 충북 증평, 전북 김제 등에 생산거점을 운영 중이다. 증평사업장은 이차전지 드라이룸 설비와 함께 공조시스템 등을, 김제사업장에서는 태양광모듈을 만든다. 이곳 용인사업장은 ‘FFU’(Fan Filter Unit), ‘EFU’(Equipment Fan Filter Unit) 등 클린룸 설비에 주력한다. 클린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청정공간이다. 특히 신성이엔지는 ‘FFU’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60%가량을 점유하며 1위 자리를 이어간다.

용인사업장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 외관에 있는 태양광발전소였다. 여기에 쓰인 태양광모듈은 100% 자체 생산한 제품이라고 한다. 박덕준 신성이엔지 이사(용인공장장)는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총 630㎾(킬로와트)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일반 가정 216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 중 40%가량인 280㎾를 자체적으로 활용하며, 나머지 350㎾는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입구에 들어서니 ‘퓨어게이트’에서 나온 바람이 몸에 묻은 미세먼지 등을 순식간에 씻어내 줬다. 아파트와 사무실, 백화점 등 입구에 설치하는 퓨어게이트는 신성이엔지가 40년 이상 클린룸 설비 분야에서 확보한 청정기술을 활용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만든 제품이다.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겪은 뒤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다.



사업장 안에서는 육면체 모양을 한 금속이 컨베이어를 따라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컨베이어 중간중간에 팔 모양을 한 로봇이 육면체 금속 위에 부품을 장착하고 있었다. 로봇에 이어 직원이 추가적인 작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 안에서 모바일로봇이 부품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제공=신성이엔지)
박 이사는 “‘협동로봇’(COBOT)이라 부르는 이 로봇은 클린룸 설비에 필요한 부품을 장착하는 역할을 한다. 정교함이 필요한 일부 공정은 협동로봇이 직원과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장 안을 자세히 보니 어린아이 정도 크기 꼬마 로봇이 부품 등을 싣고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바일로봇’이라 불리는 이 로봇은 공장 곳곳에 필요한 부품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다.

박 이사는 “종전에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가 모바일로봇과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AGV는 정해진 길을 따라 직선 운동만 했다”며 “모바일로봇은 이와 달리 능동적으로 판단한 뒤 스스로 길을 찾아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개 라인이 1759㎡(약 533평) 규모인데 여기에 직원 3∼4명 정도 일한다”며 “이를 통해 공정자동화(Fab Automation) 비율은 8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협동로봇, 모바일로봇 등을 이용해 2명이 수행하는 셈이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는 대형 모니터가 있었다. 이 모니터를 통해 현재 사업장에서 사용 중인 전력량이 얼마나 되고, 이 중 태양광을 통해 조달하는 에너지와 함께 한국전력에서 들어오는 전력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사업장 안에서 이뤄지는 작업 현황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었다. 사업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부품이 들어간 후 완제품이 나오는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박 이사는 용인사업장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한 R&D(연구·개발)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을 운영 중인데, 센서가 달린 의복을 직원에 입힌 뒤 업무 강도 등을 분석하는 방식”이라며 “내년엔 의복이 아닌 휴대폰을 이용해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불량을 사전에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성균관대와 함께 준비하는 등 산학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도 덧붙였다.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에서 박덕준 이사(용인공장장)가 모니터를 통해 사업장 내 전력소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신성이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