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고 원망하죠`…개미가 청와대로 간 까닭은

by전재욱 기자
2020.01.01 00:30:00

올해 靑게시판 공매도 청원글 272건…"폐지 혹은 축소"
금융당국 청원 다수…"금감원은 일하고, 거래소는 쉬어라"
다수 공감 못얻어 靑반응 불발…공매도 폐지 2.9만회 최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올해도 자본시장에서 닳고 지친 개미는 청와대를 찾아 갖가지 청원을 쏟아냈다. 공매도 폐지, 금융사 횡포, 금융당국 지탄 등 여러 의견이 접수됐다. 아쉽게도 청와대 반응을 이끌어낸 개미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들의 청원이 주위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했던 탓이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를 보면, 올해 자본시장 관련 청원 글 가운데 공매도를 언급한 게 272건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대부분 공매도를 폐지 혹은 축소하라는 내용이었다. 가장 최근(이달 18일) 올라온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위해 한시적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글의 청원인은 “국내 바이오산업은 주가를 방어하려고 개발비를 자사주매입에 투입하고 있어서 유감”이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공매도 청원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과 연관돼 있다. 제도는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 전유물이라서 개인 투자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 순기능을 고려해 유지하려는 게 금융위원회 일관된 입장이다.

아예 공매도 폐지를 체념한 청원도 눈에 띈다. ‘개별주식 에널리스트(애널리스트의 오기) 목표주가 투자의견 제시 금지’ 글쓴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목표 주가와 투자의견 제시를 금지해달라”고 제안했다. 작성자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공매(도 폐지)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썼다. “공매도를 위한 작전인지 지속적인 목표 주가 하향 등 주가 하락을 부추겨 투자자에 손실을 안긴다”는 게 글쓴이 주장이다.



이렇듯 증권사에 대한 나쁜 인식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증권사를 언급한 청와대 청원 글은 올해 82건 올라왔다. ‘투자자를 기만하는 A투자증권의 만행을 뿌리 뽑아주세요’ 게시물 작성자는 “A투자증권 MTS 접속이 안 돼 매도를 할 수 없어 손해를 입었다”며 “선량한 투자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탄의 화살은 자연스레 금융당국으로 향했다. 금융투자업계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게시물이 281건, 상장사를 감시하는 한국거래소 글이 66건(증권거래소 포함)이었다. 금감원에 대한 청원은 `직무 유기형`이다. 금감원이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잘못`이라는 것이다. “불법으로 주식거래 무료 이벤트를 방조하는 금감원 직무유기 유무를 감사하라”, “선량한 투자자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정정공시는 없어져야 하고, 사유를 추궁하지 못하는 금감원도 문제”와 같은 식이다. 다만, 금감원 관련 글에는 은행과 보험 청원도 포함돼 있다.

거래소에 대한 청원은 `직권 남용형`이다. 금감원과 거꾸로, 거래소는 `일을 해서 잘못`이라는 것이다. 기업 상장을 좌우하고, 유지를 결정하는 기관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는 죄책감 없이 소액주주의 꿈을 짓밟고 있는 최대주주의 편을 들어서 회사를 상폐시키려고 한다”라거나, “증권거래소의 재량권 남용 및 일탈의 갑질 행위를 처벌해달라”는 등 내용이다.

개미의 청원은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에서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답변을 하는데, 올해 이뤄진 62개 답변 가운데 자본시장과 관련한 것은 없다. 조건을 충족해 답변을 기다리는 7건도 무관한 내용이다. 지난 8월 올라온 `한시적 공매도 금지` 청원이 2만9700여명 동의를 받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