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發 뱅크데믹 공포 확산...선제대응 빈틈 없어야

by논설 위원
2023.03.28 05:00:00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미국 은행 위기의 파장이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이어졌다. 이 은행 주가는 지난 24일 장중 한때 15% 가까이 폭락했고 이달 초까지 1%포인트를 밑돌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배가 넘는 2.2%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CS가 발행한 170억달러 규모의 코코본드 AT1을 전액 상각처리토록 하면서 은행채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며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은행의 자산규모나 재무건전성을 감안하면 위기설은 과장됐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이는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공포가 비이성적으로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당장 큰 부실이 없는데도 조그만 악재에도 불안심리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 금융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 SVB의 투자자산 대부분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임에도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모바일뱅킹으로 초고속 뱅크런을 일으킨 탓에 SVB가 무너졌다. 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공포가 이전보다 몇십 배 빠르게 확산하는 일종의 뱅크데믹(Bankdemic·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의 위험이 잠재해 있는 셈이다.



우리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은행 비대면 거래가 86% 이상에 달하고 24시간 모바일뱅킹이 가능한 나라에서 금융의 편리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작은 악재에도 순식간에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취약성을 동시에 안고 있어서다. 174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가계부채와 116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위기의 뇌관으로 잠복해 있는 상태다. 불안심리가 불길처럼 퍼지면 뱅크데믹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달 21.8로 5개월째 위기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의 위험이 커진 탓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자본 확충과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2금융권은 사각지대다. 위기가 닥쳤을 땐 이미 늦는다. 금융위기는 늘 불안심리와 직결돼 있는 만큼 해외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2금융권을 중심으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등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