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평가, 전국 경찰서로 확대…가해자 '구속·양형' 반영

by이소현 기자
2023.03.12 09:00:00

올해 230→258개 경찰서로 확대 운영
'신속평가 절차' 마련…2주→5일 단축
"피해자 목소리, 형사절차에 반영 기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찰청은 피해자의 형사 절차 참여를 보장하고 조속한 심리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범죄피해평가제도’를 258개 전국 모든 경찰서로 확대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고위험 범죄피해자를 위한 ‘신속평가 절차’도 마련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범죄피해평가제도는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가정폭력·스토킹·데이트폭력 등 관계성 범죄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피해 내용과 의견을 가해자 구속영장 발부, 양형 등 형사 절차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외부 심리전문가가 범죄로 인한 신체적·심리적·경제적 피해 등을 종합 평가한 뒤 수사관이 그 보고서를 수사서류에 첨부한다.

특히 올해는 스토킹·데이트폭력 등 보복 우려가 커 신속히 피의자를 격리할 필요가 있는 범죄 수사 시 범죄피해평가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2주 정도 걸리던 절차를 5일 이내로 단축하는 신속평가 절차를 도입한다.

경찰청은 범죄피해평가제도를 2016년 101개 경찰서에 시범 도입했으며, 매년 운영 관서를 확대해 작년 230개 경찰서에서 총 1696명(여 1450명·남 246명)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벌였다.

경찰청은 “범죄피해평가보고서는 고위험 가해자의 영장 심사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거나 법원의 증거자료로 채택되는 등 범죄피해자의 목소리가 형사 절차에 반영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범죄피해자평가 연도별 운영 경찰서 현황 및 실시 건수(자료=경찰청)
실제 작년 경기남부청은 연인관계였던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칼로 위협하고 강간한 가해자를 긴급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도망 염려 부족”으로 기각됐다. 이에 경찰은 보완수사와 함께 범죄피해평가를 실시해 피해자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을 첨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 결국 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있었다.

또 경찰은 피의자가 연인관계인 여성 피해자와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귀가하려고 하자 피해자의 얼굴을 때려 전치 8주의 상해를 가한 사건에서 범죄피해평가를 시행했다. 재판부는 범죄피해평가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해 “피해자의 정신적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에 반영한 예도 있었다.

범죄피해평가제도는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작년 범죄피해평가제도를 이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1026명)의 96%가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91%는 다른 피해자에게도 추천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올해 범죄피해평가제도 전국 확대 운영을 앞두고 모든 시·군에 범죄피해평가 전문가가 배정될 수 있도록 지난 3월 한국법심리학회와 협업해 심리전문가 31명을 추가로 양성, 193명까지 늘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더 많은 범죄피해자의 목소리를 형사 절차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