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렵다고, 쉽고 재밌게"..은행 앱 줄줄이 리뉴얼
by전선형 기자
2021.06.10 04:13:00
신한-음식주분 중개, 우리-편의점 연계 택배 배달
중고차ㆍ부동산, 기존 금융 관련 서비스도 강화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나도 어렵다. 쉽고, 재밌게 만들자.”
최근 한 은행권 고위 임원은 모바일 애플레케이션(앱)을 담당하는 인력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급자 위주의 딱딱한 구성을 벗어나 소비자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라는 주문이다. 카카오ㆍ케이뱅크에 이어 토스까지 인터넷은행 대열에 합류하면서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은행권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기존 모바일 앱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금융서비스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음식 주문, 편의점 택배 서비스 등 비금융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앱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매출 확대 등에 도움을 준다.
KB금융은 통합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KB국민은행의 대표 앱 ‘스타뱅킹’과 KB국민카드의 ‘KB페이’를 연결하는 ‘슈퍼 금융앱’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비금융 신사업을 전담하는 ‘O2O(Online to Offline) 추진단’을 신설했다. O2O는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앱으로 음식 주문, 택시 호출, 숙박 예약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O2O 추진단’은 궁극적으로 인력, 예산, 시스템, 인프라 등이 완벽히 분리된 CIB(Company in Bank)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배달의민족 등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 콘셉트를 활용해 신한은행 앱인 ‘쏠(SOL)뱅킹’에서도 배달음식 주문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인가받은 내용으로, 서비스는 하반기 앱에 탑재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서울옥션블루와 제휴해 한정판 스니커즈, 아트토이 등 미술작품을 소액단위로 투자하는 공동구매 플랫폼 ‘SOTWO(소투)’ 쏠뱅킹에 탑재했다.
우리은행은 택배ㆍ픽업 서비스 플랫폼을 모바일앱인 ‘원 뱅킹’에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원뱅킹 안에서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앱을 통해 편의점을 지정해 상품을 구매·포장해 찾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의 경우는 신분증 확인 없이 은행 앱에 등록된 생체정보만으로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탑재했다. 하나은행 고객이라면 ‘하나원큐’ 앱을 통해 차량 명의를 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 매도자와 매수자가 중고차 직거래에 합의한 뒤 은행 앱을 이용하면 관공서나 차량등록사업소 등을 방문하지 않아도 중고차 직거래가 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사가 금융권에 깊이 파고들면서 은행들도 비금융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금융의 플랫폼화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