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 침체…반도체 장비기업 실적 '반토막'

by강경래 기자
2019.05.24 05:00:00

테스·유진테크 등 반도체장비, 1분기 실적 급감
AP시스템·톱텍 등 디스플레이장비 매출도 '반토막'
올 들어 메모리·LCD 가격 하락세 이어져
전방산업 침체로 장비 등 후방산업 악화 '직격탄'
"올 하반기 메모리 등 가격 회복세로 실적 반등" 전망

유진테크 반도체 증착장비 (출처=유진테크 홈페이지)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이 올 1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내놨다. 메모리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업황에 전방산업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인 게 주요 원인이었다. 다만 올 하반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장비기업들의 실적은 ‘상저하고’(상반기 하락하고 하반기 상승)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AP시스템(265520)과 테스(095610), 유진테크(084370), 톱텍(108230) 등 장비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 내놓은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악화했다. 반도체 장비기업 테스는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1004억원보다 42.5% 줄어든 577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액이 줄면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33억원에서 72억원으로 69.1%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장비에 주력하는 유진테크는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786억원보다 37.2% 줄어든 494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4억원에서 62억원으로 72.3% 줄었다. 테스와 유진테크는 공통적으로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입히는 증착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 역시 전방산업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AP시스템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1473억원보다 40.8% 줄어든 872억원이었다. 매출액 감소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6억원에서 31억원으로 69.4% 감소했다. 톱텍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9.0%와 96.9% 감소한 459억원과 4억원에 머물렀다.



이들 장비기업이 올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내놓은 이유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방산업이 모두 최근 침체를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제품(DDR4 8Gb)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평균 4.00달러로 한 달 전과 비교해 12.3%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제품(128Gb MLC) 역시 같은 기간 4.0% 떨어진 2.98달러였다.

디스플레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메인을 차지하는 LCD 산업은 이미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TV용 LCD 매출은 전년보다 20% 정도 줄었다. 올해도 LCD 시장은 더 축소될 전망이다.

이렇듯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방산업 침체는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때문에 장비기업들은 올해 전년과 비교해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시장은 지난해 620억 9000만달러에서 올해 595억 8000만달러로 4.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약 40% 줄인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투자를 전년보다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업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비기업들의 실적은 올해 상저하고 양상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LCD에 이어 OLED(발광다이오드)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설비투자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