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통합 못한 위례신도시…`학군 대란`에 집값 술렁

by양희동 기자
2016.02.26 05:10:00

[이데일리 양희동 박태진 기자] “올해 7살인 손자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다닐 수 있는 학교가 하나밖에 없다니 걱정입니다. 이곳 위례는 내년이면 입주가 거의 끝나는데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원을 넘기라도 하면 어디로 보내야 할지….”

위례신도시 ‘에코앤 롯데캐슬’ 아파트(1673가구)에 지난 13일 입주한 최모(72)씨는 함께 사는 어린 손자의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걱정이 많다. 이사온 단지 근처에 새로 문을 열거나 운영 중인 초등학교가 7개나 되지만, 행정구역상 손자가 다닐 수 있는 학교는 하남권역의 단 1곳 뿐이기 때문이다. 입주가 마무리된 후 학생 수용 인원이 초과하기라도 하면, 멀리 떨어진 하남 시내까지 통학을 해야할 수도 있어 최씨 가족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속속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위례신도시는 행정구역상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하남시 등 3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다. 위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행정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입주민 자녀는 각자 자신의 단지가 속한 권역의 초·중·고교만 다닐 수 있다. 이런 태생적 한계 탓에 송파·성남에 비해 학교 수가 절반 수준인 하남권역은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학군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4월까지 입주하는 위례신도시 하남권역 아파트는 5개 단지, 총 4982가구다. 입주 물량이 성남권역(8670가구)보다는 적지만 송파권역(5584가구)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체 입주민은 1만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문제는 하남권역에 신설될 학교 수가 다른 권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다 행정구역이 달라 다른 권역의 학교는 입학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위례사업본부와 서울·경기교육청 등의 학교 신설 및 운영 계획을 보면 위례신도시에는 초등학교 10곳과 중학교 5곳, 고등학교 4곳 등 총 19개 학교가 새로 들어선다. 이 중 하남권역에서 문을 여는 학교는 초등학교 2곳(위례·위례1초)과 중학교 1곳(위례중), 고등학교 1곳(학암고) 등 4곳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 등 7개 학교가 들어서는 송파권역이나 초등학교 4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2곳(특목고 1곳 포함) 등 8개 학교가 문을 여는 성남권역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욱이 하남권역 초등학교 2곳 중 신도시 북쪽에 들어설 1곳(위례1초)의 경우 군부대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확한 개교 시기조차 알 수 없다. 현재 유일한 초등학교인 위례초는 입주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학년당 1개 반(34명)씩만 배정, 입학 가능 인원이 20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입주한 엠코타운 플로리체에 살고 있는 이모(40)씨는 “아홉살 딸이 곧 위례초 2학년으로 전학 가야하는데 학급이 이렇게 적은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위례신도시의 학군 문제는 향후 집값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위례는 2006년 개발 계획 수립 단계부터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했지만 각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2012년 10월 통합 논의가 최종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하남권역의 경우 신설 학교 수용인원을 초과하면 바로 옆에 있는 송파나 성남권역 학교를 가지 못하고 8~10㎞나 떨어진 하남 시내까지 통학을 해야 한다. 특히 하남권역은 골프장과 산 등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입지 탓에 하남시내로 이동할 대중교통도 마땅찮다. 송파·성남과 달리 하남이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군 조건에도 불구하고 하남권역에 공급된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1700만~1800만원 선으로 송파나 성남권역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입주에 따른 학군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면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분양권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송파권역인 ‘송파와이즈더샵’ 전용 96.28㎡짜리 아파트는 7억 9650만원, 전용 96.76㎡형은 8억 2345만원에 팔렸다. 그러나 바로 옆 단지인 하남권역 ‘엠코타운 센트로엘’ 전용 95.43㎡짜리 아파트는 7억 2000만~7억 600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면적인데도 최고 1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지구의 경우에도 목동에 속한 1~7단지와 신정동에 자리한 8~13단지는 같은 주택형의 평균 시세가 1억원 가까이 벌어진다. 또 SH공사가 2009년 하반기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에 걸쳐 지은 ‘수락리버시티’아파트 역시 노원에 들어선 3~4단지가 의정부에 속한 1~2단지보다 10%가량 비싸다.

하남권역은 학군 문제로 인해 향후 집값이 저평가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연구위원은 “위례신도시는 지금도 권역별로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까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학군 문제가 표면화하면 가격 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