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이창원 한성대 총장 “학과 벽 허문 전공트랙제로 융합인재 양성”

by신하영 기자
2021.06.11 04:30:00

한성대 학생 10명 중 2명 단과대학 넘나드는 ‘융합전공’ 선택
소속 학과 없이 입학 후 기초·교양과목 들으며 전공탐색 기회
학생 창업기업 연간 17개…전국 4년제 대학 평균의 2배 넘어
“학령인구 감소, 대학 위기 극복 위해 평생교육 강화할 것”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많은 학생들이 점수에 맞춰 대학·전공을 선택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성대는 1년간 탐색기회를 주고 자유롭게 세부 전공을 선택토록 하고 있어 학생 만족도가 높습니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공트랙제의 성과를 이 같이 밝혔다. 전공트랙제는 한성대가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만든 최소 단위의 전공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에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전공을 바꿀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용한다.

학제 간 융합전공의 활성화는 학과 간 장벽을 허물며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장은 “한성대의 학생 창업기업 수는 연간 17개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의 2배”라며 “창업캠프를 통해 융합 창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창원 총장으로부터 학제간 융합, 전공트랙제 등 한성대의 새로운 실험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이 전공트랙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한성대)
-지난해 2월 취임 후 이제 1년 3개월이 지났는데.

△작년 2월에 임기를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였던 탓에 온라인 취임식 이후 전체 구성원 앞에 서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총장 행보에 제약을 많이 받고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 조속히 팬데믹 상황이 종료돼 학교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총장이 되고 싶다.

- 총장 취임 이전에도 기획협력처장·산학협력단장·교무처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보직교수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대학 총장의 역할은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구성원 전체를 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위기 상황에선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치조직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구성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교수·동문 등 학내 구성원 외에도 외부기관과 대학 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총장의 성패가 갈린다. 또 외부에서 우리 대학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늘 염두에 두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자리가 대학 총장이다.

-한성대는 전공트랙제로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대폭 확대한 대학이다.

△한성대는 2017년부터 학과 간 칸막이를 허무는 전공트랙제를 도입했다. 트랙제는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한성대가 만든 최소 단위의 전공 교육과정이다. 한성대 신입생은 소속 학과 없이 입학해 1학년 때 교양수업과 전공기초과목을 이수한 뒤 2학년 진학 시 희망에 따라 세부전공을 선택한다. 제1전공트랙은 소속 단과대 내에서 선택하지만 제2전공트랙은 단과대학을 넘나들며 48개 전공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점수에 맞춰 진학할 대학과 학과·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그렇게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도 많다. 반면에 우리 대학은 1년간 전공탐색기회를 주고 2학년 진학할 때 전공을 선택토록 하고 있다. 중간에 자신과 맞지 않으면 언제든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선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하는데 전공트랙제가 이에 기여하고 있는 점은.

△한성대는 창업에 강한 대학이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2018~2020년 한성대의 학생 창업기업 수는 연간 17개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7.5개)의 2배가 넘는다. 창업이 강한 이유는 전공트랙제 덕분이다. 학생들은 전공트랙제를 통해 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은 매년 교내에서 열리는 창업캠프에 참가해 전공이 다른 학생들과 창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손을 잡는다. 예컨대 쇼핑몰을 창업하려는 학생이 공대 학생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런 융합적 사고는 학제 간 융합전공을 통해 배양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기술과 융합하는 시대다. 이에 대비해 융합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에 전공트랙제만한 게 없다고 본다.

-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위해서는 현장실습도 중요한데.

△재학 중 창업 아이템을 사업화·제품화 해 본 학생들의 경험은 취업시장에서도 강점이 된다. 실제 창업 경험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기업은 전자를 뽑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산업계 경력을 갖춘 산학협력중점교수가 24명으로 전체 전임교원(263명) 중 9.1%를 차지한다. 이들은 학생이 가진 아이디어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단계마다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키우기 위한 현장실습도 강화하고 있다. 한성대는 2015년부터 고용노동부 기업연계(IPP)형 장기현장실습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약 150명의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4학년 학생 중 전체의 20% 이상이 현장실습을 받는다. 이들은 1학기 때 산업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2학기부터는 기업 현장실습으로 실무역량을 키우고 있다.

-전공트랙제의 취지는 좋지만 1학년 때부터 신입생을 뽑아 4학년 때까지 심화학습을 하려는 전공분야도 있을 것 같다.

△전공트랙제 보완을 위해 특성화학과로 인공지능(AI)응용학과와 문학문화콘텐츠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문학문화콘텐츠학과는 문학 기반의 스토리텔링 역량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 활동인 스토리텔링은 영화·게임·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산업과 관광·마케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AI응용학과는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학과다. 교내 전체적으로 학과제가 필요한 특성화 학과 신설 신청을 받아 이들 2개 학과를 선정했다. 이들 학과는 신입생을 뽑아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기초·심화교육을 할 예정이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대학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 위기 시대의 대책은 무엇인가.

△올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전국적으로 4만명을 넘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들이 뽑지 못하는 입학정원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는 학령인구(6∼21세) 중심의 대학 운영에서 벗어나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생각이다. 1972년 야간대학으로 출범한 한성대는 재직자 교육에서 이미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2018년 교육부 평생교육체제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성인학습자 대상 단과대학인 미래플러스대학을 2019년에 신설했다. 미래플러스대학에서는 융합행정학과·호텔외식경영학과·뷰티디자인학과·비즈니스컨설팅학과·ICT융합디자인학과를 운영 중인데 대부분 재직자들이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평생교육의 비중을 키우고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등 재직자·성인학습자 친화적인 학사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대학 부설 한성디자인아트교육원(한디원)을 운영 중인데 뉴욕 그라피스 국제공모전 등 매년 세계 유수의 공모전에서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플러스대학·한디원을 중심으로 평생교육을 강화하고 이곳의 학생들이 정규교육과정으로도 진학하도록 대학을 운영하겠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은…

△1960년 서울 출생 △홍대사대부고 △한국외대 문학사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 뉴욕주립대(Albany) 조직학박사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성대 교무처장·기획협력처장·산학협력단장 △한국조직학회 회장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 △행정개혁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한국행정개혁학회 회장 △현 한성대 총장, 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