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3년 하수관 교체사업이 싱크홀 대책으로 '둔갑'

by유재희 기자
2014.09.02 06:45:07

서울시 2001년부터 3조5천억 들여 하수관 교체
싱크홀 대책서 하수관 교체를 핵심사업으로 제시
부족재원 정부가 내라” 예산따내기 끼워넣기 의심도

[이데일리 유재희 양희동 기자] 서울시가 십수 년 이상 진행 중인 ‘노후하수관 교체 사업’을 싱크홀 사태 대책인 ‘도로함몰 특별관리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포장해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싱크홀 원인 진단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홀한 채 노후하수관을 싱크홀 ‘원흉’으로 지목,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서울에서 발생한 도로 침하·동공(폭 0.1m×길이 0.1m 이상)은 총 3119건(연평균 681건)이며, 이 중 하수관 손상에 의한 경우가 전체의 85%(2636개), 도로 포장층 아래에서 발생한 중대형 도로함몰(2m×2m 이상)은 3%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도로함몰 특별대책’도 노후 하수관로 교체 사업에 큰 비중을 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8일 송파구 석촌 지하차도 인근의 싱크홀·동공(땅속 빈공간) 발생은 지하철 9호선 실드공법으로 지하철 터널 공사를 진행한 삼성물산의 부실 공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시는 이어 최근 도로 함몰 발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노후 하수관로 교체를 핵심으로 한 싱크홀 대책을 내놨다.



시는 노후 하수관로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해 오는 2021년까지 5000㎞(연평균 약 680㎞)의 노후 하수관을 특별 점검하고, 2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에 대한 보수·보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배정된 예산으로는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시는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도로 함몰 대책 추진을 위해선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며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문제는 노후하수관로 교체는 서울시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진행 중인 사업이라는 점이다. 2010년 서울시가 내놓은 ‘노후하수관 교체공사 시민친화형 개선’ 자료를 보면 시는 2001년부터 총 1만286㎞의 하수관 중 노후 하수관 5476㎞에 대한 교체 작업을 본격화했으며, 3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5년까지 교체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노후하수관 교체 사업이 ‘도로함몰 특별대책’으로 둔갑한 셈이다.

싱크홀에 대한 시민 불안과 여론 형성 등을 이용해 기존 추진 사업의 부족한 재정을 국비 지원으로 충당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무진에 싱크홀 대책과 관련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노후하수관 교체 공사는 과거부터 해온 것은 맞지만, 잇따른 도로 함몰이 하수관 손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많아 이번에 노후 하수관 교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가 광역시의 노후하수관 교체 공사비 중 30%를 지원하면서 서울시에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가 서울시에도 최소 광역시 수준으로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 시장도 노후하수관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국비 지원을 요청하라는 것은 직접 지시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