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투자탑 '와르르'…최대 위기 직면한 IMM PE

by김연지 기자
2022.11.18 06:00:00

에이블씨엔씨·튀르키예 영화관·한샘 등
프리미엄 얹고 인수한 회사 가치 곤두박질
차가워진 투자자 시선…위기돌파 어떻게

[이데일리 김연지 김성훈 기자] 국내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였다. 웃돈을 얹고 인수한 일부 투자처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주요 출자자(LP)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IMM PE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담해지면서다. 특히 신협중앙회가 IMM PE의 에이블씨엔씨(078520)(화장품 브랜드 ‘미샤’ 운영사) 인수금융 연장을 거절하면서 IMM PE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자금 회수 장벽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IMM PE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IMM PE가 투자한 에이블씨엔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30% 하락한 49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인 IMM PE는 앞서 2017년~2018년 약 4182억 원을 투자해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를 인수했다. 주당 4만 원 이상을 주고 투자했던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가 90% 이상 빠진 셈이다.

IMM PE는 인수금융(1200억 원)을 조달해 당시 주가에 50%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할 만큼 에이블씨엔씨 성장에 확신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내 중저가 뷰티 브랜드간 경쟁이 나날이 심해지고, 헬스앤뷰티(H&B) 스토어가 화장품 편집샵 역할을 자처하면서 에이블씨엔씨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2020~2021년에는 내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 매출 확대에 집중한 덕에 올해 들어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기업가치는 IMM PE가 인수할 당시와는 견줄 수 없이 떨어진 상태다. 대주단 안팎에서 ‘인수금융 만기 연장 이후 주가가 더 빠지면 어쩌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 이유다. 최근에는 신협에서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을 선언하면서 이상적인 밸류로 포트폴리오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어려워진 상태다. 특히 IMM PE가 펀드 운용에 대한 무한 책임을 부담하기로 한 만큼, 부담이 더 높아진 상태이기도 하다.

IMM PE가 2016년 투자한 튀르키예의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마르스엔터)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마르스엔터는 튀르키예 시장점유율 1위의 멀티플렉스 사업자로, CGV가 마르스를 인수할 당시 IMM PE가 재무적투자자(FI)로 100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12.4%를 확보했다. 애초 마르스엔터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자금회수)를 고려했으나 튀르키예 경제위기와 코로나19 여파로 자금 회수가 지체되고 있다.

계약 조건에 따라 IMM PE는 지난해부터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경영권 매각에 나설 수 있었다. 다만 영화산업 불안정성이 커지는데다 마르스엔터가 영업손실을 내는 만큼, 현재로선 매각하더라도 기대하는 밸류를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교적 최근 투자처이자 IMM PE 로즈골드4호 펀드에 속한 한샘(009240)은 IMM PE에게 큰 숙제다. IMM PE는 지난해 롯데쇼핑과 함께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보통주 652만주(27.7%)를 1조4513억 원에 인수했다. 주당 22만원 수준이다. 이날 한샘의 종가는 주당 4만5950원으로, 인수 당시 시장 가격(11~12만 원)에서 반토막 이상 빠졌다.

IMM PE가 한샘을 인수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아직 투자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한샘의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급락해 IMM PE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코로나 특수 끝물’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 가구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IMM PE가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향후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IMM PE의 투자처 몇몇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자 LP들 사이에서도 IMM PE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이전 같지 않다. IMM PE가 지난 8월 국내 주요 LP인 우정사업본부의 PEF 출자 사업에서 탈락한 사례는 이러한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부실한 포트폴리오가 두드러지는데다 펀드 수익률 우려가 솔솔 나오자 전과 같이 후한 점수를 매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타 PEF와 마찬가지로 시장 침체 직격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IMM PE가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온 5호 펀드 결성에도 이같은 시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IMM PE는 해당 펀드를 최대 2조6000억 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펀딩 난항으로 약 7000억 원 수준에서 1차 자금 모집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수익률이 기대보다는 줄어들 수 있으나 엑시트한 포트폴리오도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문제는 IMM PE가 솎아낸 개별 투자처의 기업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인데, 그만큼 IMM PE가 져야 하는 부담이 커졌고 자칫 잘못하면 트랙레코드에 악영향이 갈 수 있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