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194조 5G시장 주도권… 화웨이 도전 거세 방심 금물”

by이재운 기자
2019.04.08 05:00:00

무선통신 전문가 한영남 KAIST 교수 인터뷰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대표 선수로 5G(5세대 이동통신) 끌어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방향성을 잘 제시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질서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기회지만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우여곡절 끝에 5G 세계 최초 상용화 개통을 이뤄낸 우리나라지만, 최초 개통 과정에서 미국 사업자의 기습 개통 시도가 등장하는 등 여전히 많은 위협과 도전이 도사리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올해 안에 5G 상용화를 추진 중인데, 현지 업체들의 탄탄한 영업망과 국내 업체들은 경쟁해야 한다.

이런 시기,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네트워크 전문가 한영남()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아직 국제표준이 나오지 않았다”며 “계속 관련 사항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1999년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후’에 등재되는 등 3G와 4G(LTE), 5G와 사물인터넷(IoT)에 걸쳐 무선통신 분야 전문가로 자리매김해온 인물이다. 현재도 KAIST에서 무선혁신기술연구소(WIT Lab)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기술력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영남 KAIST 교수
5G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이 되면 2194조원에 이를 것으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는 전망했다. 차세대 실감형 콘텐츠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부터 스마트홈과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시티, 스마트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교수는 “5G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비롯해 IoT에서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oT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분야다. 기존까지는 통신망에 연결된 기기가 제한적이라 LTE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폭증’할 IoT 기기를 전부 관리하기 위해서는 훨씬 높은 대역폭과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또 더욱 중요하고 복잡한 작업을 실시간으로 원격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 지연을 없애는 초저지연도 필수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인프라’가 되는 것이 바로 5G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이번에 한국과 미국 양측이 최초 경쟁을 벌였고, 그만큼 주도권 대결이 치열하다. 한 교수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5G 관련 표준은 (내년인)2020년에나 나온다”며 “우리나라가 먼저 상용화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 상용화 사례를 보고 (다른 국가도)그대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현재 차세대 5G(mmWave) 분야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발전해나간다면 개량한 형태가 될 6G(6세대 이동통신)까지도 주도권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5G 통신과 도시 인프라를 접목해 교통 안전, 치안 등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하는 스마트 시티 구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5G 커넥티비티 노드’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지원과 애정을 당부했다. 한 교수는 “화웨이의 경우 상하이 연구센터에 박사급 연구인력만 1만명이 있고 이들이 전부 5G 관련 연구에 매진한다”며 “이런 규모를 생각하면 삼성전자를 거대기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제품군만 전부 앞서서 갖췄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통신 산업 자체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대기업이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를 대표로 끌어주는 기업을 더 잘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CDMA 상용화 이후 퀄컴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고 해서 퀄컴을 나쁜 기업이라고 하지 않았듯이, 지금도 삼성전자나 화웨이를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퀄컴 때문에 모토로라나 벨 같은 기존 기업이 쓰러졌듯이, 우리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또 삼성전자의 존재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산 장비의 가격이 낮아지는 부분이 있듯이, 어차피 시장을 폐쇄할 것이 아니라면 건전한 경쟁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도 필요하다면 해외 기업과 손 잡고 협력할 필요도 충분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은 역시 ‘보안’ 문제다. 5G 확산을 두고 세계적으로 화웨이 통신장비가 보안에 취약하다, 혹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통해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또 초연결 시대를 맞아 여러 기기, 특히 민감한 작업이나 내용을 다루는 기기에 대한 보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 교수는 “기존 LTE 시대에서도 보안 문제가 불거졌었는데 이런 점이 5G 시대에도 계속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네트워크 상의 보안 문제는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5G로 부상할 9대 비즈니스 기회 영역. 삼정KPMG경제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