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車는 없었다…이것은 비행기인가 자동차인가?

by정다슬 기자
2019.03.25 05:00:00

일본 치바에서 열린 ‘드론 재팬 2019’ 박람회 르포
20~30m 높이서 시속 120km로 비행하는 호버바이크
화재 등 재난 때 구조자 실어나르는 구조용 드론 눈길
일본정부 플라잉카 시대 대비 관제시스템 개발 나서
"플라잉카 시대 도로·터널·교량 등 교통 인프라 불필요"

△고노 마사카즈 프로드론 최고경영자(CEO)이 13일 일본 지바현 메세하리멧세에서 열린 ‘재팬드론 2019’에서 사람이 이동하기 힘든 곳에서 드론을 날려 구조하는 구조용 패신더 드론 ‘SUKUU’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 도쿄 = 글·사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올해 예약을 받아 내년에는 판매할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문의가 있습니다”

키타야마 히로시 A.L.I 테크놀로지 시니어 매니저는 전시된 ‘호버바이크’를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 둥근 곡선의 몸체에 바퀴 대신 휠을 장착한 마치 썰매처럼 생긴 물체는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이다.

사람을 태운 채 하늘을 날아 최고 시속 120km로 이동할 수 있다. 현재는 비행 높이가 30cm 정도로 설정돼 있지만 이는 일본 도로에서 달리기 위한 허가를 받기 위해 조정한 것으로 기술상으로는 20~30m 높이로 부상해 이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미 완성체에 가까워 25일 ‘후쿠시마 로봇 테스트필드’에서 시연도 할 계획이다.
△A.L.I 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호바바이크’. 이미 완성 단계여서 2020년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도라에몽’에서 도라에몽과 진구를 비롯한 친구들이 애용하는 미래의 도구 ‘대나무 헬리콥터’는 더이상 만화영화 속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플라잉카는 활주로가 필요 없고 헬리콥터보다 유지비용은 적다. 무엇보다 혼잡한 도로를 벗어나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 차세대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일본 치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드론 재팬 2019’ 박람회장에서는 물건이나 카메라 뿐만이 아닌 사람도 거뜬하게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추진력과 안정성을 확보, 플라잉카로 진화하고 있는 일본 드론산업의 현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컨퍼런스 강연자로 나선 에어버스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인 데릭 청은 “플라잉카를 이용하면 도로, 터널 등 인프라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며 “이는 곧 도시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용 드론 제조업체 ‘프로드론’(Prodrone)은 이날 인명구조용 드론 ‘SUKUU’를 선보였다. 사람이 이동하기 힘든 산악지대나 고층빌딩에 SUKUU를 띄우면 구조대상자가 이 드론을 타고 안전한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미국 항공기제조회사 보잉사가 후원하는 플라잉카 개발 대회 ‘GoFly’에 출전해 설계 예선에서 상위 10개팀에 든 테스타(teTra)팀의 플라잉카의 설계모형.
고노 마사카즈 프로드론 최고경영자(CEO)는 “8년 전 대일본지진 때 이런 드론이 있었으면 좀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재난·재해 과정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드론이 전시한 SUKUU는 모터 4개를 장착했다. 기체와 사람을 합쳐 140kg 무게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시제품이다. 프로드론 측은 앞으로 모터를 6개로 늘려 이동 가능 중량을 늘리고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국 항공기제조회사 보잉이 후원하는 플라잉카 개발대회 ‘GoFly’에 참여하는 테트라(teTra) 팀은 올해 말 시범비행 일정에 맞춰 개발에 참여할 전문가들을 찾기 위해 부스를 열었다. 도쿄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나카이 타스쿠 씨를 리더로 한 테트라 팀은 2017년 세계 30개국 600팀이 참여한 설계 예선전에서 상위 10개 팀에 뽑였다. 개발비는 1차 예선때 받은 상금으로 일부 충당하고 드론펀드 등에서도 지원을 받았다. 우승하면 상금이 100만달러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플라잉카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미래의 교통수단을 선점함으로서 자동차 강국 일본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이다. 미래에는 자동차, 항공기 등도 전자제품화되면서 이들 사이의 경계선이 흐릿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하늘은 도로보다 변수가 적고 이동공간이 자유로워 ‘자율주행’이 훨씬 더 용이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결국 최근 자동차업계가 경쟁하고 있는 전장화, 자율주행 이슈는 플라잉카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의 사내 대회를 계기로 만들어진 모임인 ‘카티베이터’는 도요타·NEC·파나소닉 등의 지원을 받아 ‘스카이드라이브’라는 회사를 설립한데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맞춰 성화봉송에 플라잉카를 이용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 역시 민간의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플라잉카의 구체적인 용도와 보급을 위한 과제를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다. 에어버스, 우버, 보잉, 야마토, 라쿠텐, 프로드론, 스바루, 스카이드라이브 등 국적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한 ‘하늘의 이동 혁명을 위한 민관협의체’는 지난해 말 플라잉카 산업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시험비행과 실증실험을 실시해 2023년까지 기체의 안정성과 기술 수준을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자동비행 운항 관리 등 플라잉카가 실제 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플라잉카를 고려한 무인교통관리시스템(UTM) 개발에도 들어간다. 하라다 켄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연구원은 “머지 않은 미래에는 수백개의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교통정비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플라잉카 역시 드론과 함께 날아다니는데 문제가 없도록 관제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하늘의 이동혁명을 위한 민관 협의체’가 2018년 12월 마련한 ‘하늘의 이동혁명을 위한 로드맵’ [출처=일본 경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