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쌓고도 장학금 인색..'투자 구두쇠' 대학들

by신하영 기자
2014.09.03 06:00:00

청주대 포함 대학 3곳
적립금 혈안 교육 여건 개선은 뒷전
교육부 '부실대학' 판정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하위 15%) 대학’에 적립금 상위권 대학들이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하위 15% 대학을 산출하는 평가지표 중에는 재정만 투입하면 올릴 수 있는 지표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들 대학은 ‘적립금 쌓기에만 급급했지 교육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청주대는 2013회계연도 기준 누적 적립금 2928억원으로 전국 6위에 올라 있다. 지방대 중에는 적립금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러나 청주대는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재정 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적립금만 쌓고 교육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주대는 2014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154개 대학 중 △학생 1인당 교육비 107위 △전임교원확보율 88위 △장학금 지급률 103위를 기록했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은 전국의 대학을 평가한 뒤 하위 15%에 해당하는 대학을 산출하고, 이들 대학에 국고 지원을 차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교육부가 지정한 ‘부실대학’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청주대 구성원들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된 책임이 김윤배 총장에게 있다고 보고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교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이 참여한 청주대 발전협의회는 2일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3000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둔 청주대가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인색한 채 건물 건립과 조경 사업에만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최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1차 후보군에 포함됐던 대학 중에도 적립금 상위 대학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대학이 서울의 A대학이다. 이 대학의 2013회계연도 기준 적립금은 2495억원으로 청주대에 이어 적립금 상위 7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A대는 당초 교육부가 지난달 22일 1차로 확정한 하위 15% 대학에 포함됐다. 교육부에 정원 5%를 추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뒤 재정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서 빠져 나온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하위 15%에 포함됐더라도 추가적인 정원 감축안을 제시한 대학에는 재정 지원제한 대학 지정을 유예해 줬다. A대가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교육 여건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본지가 도종환 의원실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A대는 △학생 1인당 교육비 112위 △전임교원 확보율 136위 △장학금 지급률 129위를 기록했다. 이 대학 역시 그동안 돈을 쌓는 데만 급급했지 학생 교육을 위한 교수 충원이나 장학금 확충에는 인색했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추가 정원 감축안을 제시한 뒤 명단에서 빠져나온 수도권 B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3367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해 전국 4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전국 119위, 전임교원 확보율은 118위, 장학금 지급률은 116위에 불과하다. 이들 지표는 재정만 투입하면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B대도 교육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미래의 대학 발전을 위해 적립금을 쌓는다고는 하지만 교육 여건 확충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를 앞둔 지금이 적립금을 투자할 때이며, 대학 구조개혁이나 특성화는 정원 감축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자해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