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첫 ‘세기의 대화’ 갖는다…최대 쟁점은?

by신정은 기자
2021.11.15 05:50:00

최대 쟁점은 '대만'…북핵 문제도 다룰지 관심
경제·무역 입장 피력…동계올림픽 초대 가능성
"만족스러운 합의 기대”vs“공동성명 없을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16일(미국시간 15일)로 정해지면서 미중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정상은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 현안에 있어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깊어진 갈등을 봉합하는 돌파구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만’ 갈등 수면 위로

미중 갈등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 외교장관은 미중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대만 문제에서는 충돌했다.

14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모든 고무 행위와 지지는 대만해협 평화를 파괴하고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것임은 역사와 현실이 증명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측이 진정으로 대만해협의 평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대만 독립 행위에 대해서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의 발표에는 자세히 적혀 있지 않지만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이번 통화에서 “대만 해협에 걸쳐 평화와 안정에 관한 미국의 오랜 관심을 강조했다”고 13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계속된 군사, 외교, 경제적 압박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이 양안 문제를 대만 국민의 바람과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의미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은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왕 부장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회동은 중미 관계에서 뿐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하나의 큰 이벤트”라며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는 모두 양국이 양국과 국제사회에 모두 이로운 결론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세계가 이번 미중 정상 영상 회담을 고도로 주목하고 있다”며 “양측은 이미 이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진행했고 긍정적인 진전을 거뒀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도 논의하나…경제 분야 충돌 가능성

미중 정상은 대만 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이란 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가 다뤄질지도 관심을 끈다.

한국 정부가 6·25 전쟁 종전선언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간에 한 뜻을 모은다면 한반도 분위기가 완화될 수 있다. 다만 두 정상이 처음 단독으로 마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양국 간 현안이 우선시 될 것으로 보여 북핵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비중있게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양국 정상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측에 고율 관세 및 중국 기업 제재 취소를 줄곧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등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킬 것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중국 측의 이행률은 60%에 그친다.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대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CNBC방송은 지난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만약 실제로 초청을 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초청을 거절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7개국(G7)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은 참가하되 정상들은 참석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어 상황이 더 복잡해 보인다.

사진=AFP
“만족스러운 합의 기대”vs“공동성명 없을 듯”

이렇게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중국 내에서는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신냉전 반대·무역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중 양국이 최근 치열한 설전 대신 상호작용을 통해 회담을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발표한 점을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거론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뤼샹(呂祥) 연구원은 이번 화상 회담을 사실상의 대면접촉으로 규정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뤼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며 양국이 ‘힘의 위치’에서 대등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무역 문제와 관련 상호 만족스러운 합의가 기대되며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접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중 정상회담만으로 양국이 그동안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별한 결과나 공동성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시 주석은 대만의 안보 상황과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요구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로 삼길 기대하고 있다”고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백악관은 시 주석과의 회담이 주요 결과물(major deliverables)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미 기대감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