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총 18조' 카카오뱅크가 가야할 길

by김유성 기자
2021.07.26 05:00:00

플랫폼기업으로서뿐 아니라 은행으로서 역할
'상장 잭팟' 빛내려면 사회적 책무 잊지말아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최종 결정됐다. 보통주 1주당 3만9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약 18조원에 이른다. 시총 기준 2위 금융사인 신한금융(약 19조원)과 큰 차이가 없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카카오뱅크가 KB금융(약 21조원)의 시총마저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업력 4년을 갓 넘긴 인터넷전문은행이 매년 수조원의 순이익을 내는 금융지주보다 더 비싼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이라는 관점에서다.

반면 카카오뱅크를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 사업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총 18조원은 되레 싸게 느껴진다. 미국 아마존은 물론 스타벅스도 금융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은행 라이센스가 있는 플랫폼은 분명 매력적이다. 생활 금융 서비스와 접목한다면 성장 가능성도 높다. 기존 은행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다.



이 같은 강점은 금융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십분 발휘된다. 금리는 낮고 시장 유동성은 넘쳐 모험적인 투자 수요가 넘치는 같은 같은 시점에서 말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다. 경기 순환 곡선에 따라 빚잔치를 벌였던 (투자) 호황기가 있었다면, 이후 경기 하강에 따른 불황기가 온다. 다시 말하면 급격한 경기 위축에 따른 은행들의 채무 부실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기준금리를 포함한 금리 인상기에 비로소 부각되곤 한다. 더구나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무담보 신용대출과 중금리 대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보다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는 기업상장(IPO) 이후 플랫폼 기업으로서 한 발짝 더 성장해야 한다는, 자체적으로 부여한 과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잊어선 안되는 또 다른 숙제가 있다. ‘시중자금 공급·조정의 댐’이란 금융업자로서의 역할, 역량을 높여야 하는 사회적 책무다. 카카오뱅크가 갖는 은행으로서의 역할이 ‘상장 잭팟’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