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 손보협회장에 거는 기대

by문승관 기자
2014.09.03 0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1년간 공석이있던 손해보험협회장에 장남식 전 LIG손해보험 사장이 취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이 금지되면서 금융관계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민간 출신의 협회장이 선임됐다. 12년 만에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협회장이다.

손보협회장 인선은 “최장기 수장 공석 기록을 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1년간 파행을 거듭했다.

손보협회장 자리는 암묵적으로 금융위에서 낙점해 관료를 내려보내는 ‘금융위원회 몫’이었다. 청와대의 관피아 척결 선언 이후 금융위가 손보협회장 선임을 업계 자율에 맡기자 물꼬가 트였다.

재미있는 것은 금융위 결정 이후에도 손보협회가 “진짜 우리가 결정해도 되느냐”며 금융위의 의중 파악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젖은 관성과 두려움이 가져온 결과다. 민간 출신으로 가닥을 잡자 회장 선출 작업도 속도를 냈다.



장남식 신임 손보협회장은 LIG손보의 전신인 럭키화재 미국지점장과 럭키생명의 대표이사, LIG손보 사장을 거치면서 해외 근무 경험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대표를 모두 거친 ‘성골’이다. 장 회장 취임 전까지 민간 출신은 모두 2명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이 국내외 사업에서 전문성과 식견을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생명보험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도 만료된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타 업권에서도 이번 손보협회장 인선과정을 눈여겨봤다.

손보협회장 선출은 새로운 민간 출신 협회장 시대의 첫 신호탄이 됐다. 민간출신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출신 답지 않은’ 전문성과 폭넓은 관계강화가 필요하다.

벌써 생명보험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 후보 인사들에 대한 세평이 나오고 있다. 손보협회장의 발자취가 앞으로 선출될 금융관계협회장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처음으로 가고 있는’ 장남식 신임 손보협회장은 대내외 의견을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장 회장이 내리는 결정이 무엇이든 금융권 협회장들 가운데 항상 첫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