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자유형 400m 금메달...동양인 72년만의 자유형 우승

by정철우 기자
2008.08.10 11:54:14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마린 보이' 박태환(19.경기고)이 정말 해냈다.

모두가 기대는 하면서도 '그래도 설마...'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그것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10일 내셔널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또한 아시아 선수로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일본의 데라다 노보루에 이은 72년만의 금메달이다.

백인들의 스포츠로만 여겨졌던 수영 자유형에서 아직 채 스무살도 되지 않은 한국 청년이 우승을 차지했다. 불과 4년전 중학생인 박태환이 본선에 오른 것 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던 우리다.

박태환은 평소와 달랐다. 200m 이후 후반 승부에서 강하다는 평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초반부터 공격적인 역영으로 치고 나왔다. 상대는 당황했지만 박태환은 언제나처럼 당당했다.

첫 50m는 4위로 턴했다. 그때만해도 언제나와 비슷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조금씩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100m를 도는 순간 2위로 단박에 올라 온 박태환은 150m 부터는 1위로 올라왔다. 초반부터 앞서나가려던 2레인의 해켓은 당황하는 듯 보였다. 박태환이 치고 나오면서 해켓의 스피드는 현저히 느려졌다.

이후에도 박태환은 꾸준히 1위를 유지했다. 2위 그룹과 거의 1초차가 날 만큼 압도적인 선두였다.

걱정은 오히려 일찌감치 처진 라이벌들이었다. 해켓이 뒤로 한참 떨어지며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상대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1위를 유지하며 350m를 돌았고 남은 50m를 더 치고 나가 결국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했다.

3분41초86. 자신이 갖고 있던 아시아 신기록을 2초가량 끌어내린 최고의 레이스였다. 터치 패드를 찍은 박태환의 얼굴에선 그제서야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