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메이, 29일 브렉시트 '플랜B'로 표결 재도전한다는데…

by이준기 기자
2019.01.18 01:09:32

21일 '플랜B' 제출 예정..野지도자 등과 숙의
각종 선택지 중 'EU와의 재협상' 선택 가능성
EU 측 "재협상 더는 없다" 강경 입장에..
결국 '노 딜' 또는 '노' 브렉시트로 귀결되나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표결에서 대패한 후 궁지에 몰리다 재신임에 성공, 기사회생한 테리사 메이영국 총리가 야당 대표 등과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안, 즉 ‘플랜B’ 마련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오는 21일 플랜B를 발표하고, 29일 이를 하원에 부쳐 토의한 후 표결에 재도전한다는 게 메이 총리의 복안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야당과의 협상을 총괄하는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하원 원내총무는 이같이 밝혔다. 앞서 메이 총리는 정부 불신임안이 부결된 16일 저녁부터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하원 원내대표,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 리즈 새빌 로버츠 웨일스민족당 대표, 캐럴라인 루카스 녹색당 의원,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DUP) 대표와 나이절 도즈 하원 원내대표 등을 잇따라 만났다. 21일 전까지 여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은 물론, 야당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메이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플랜B는 EU와의 재협상, 제2차 국민투표, 노딜(no-deal·합의안 없는 EU 탈퇴) 브렉시트, EU 탈퇴시점 연기 가운데 ‘EU와의 재협상’이 꼽힌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전날 “독일과 프랑스가 브렉시트를 2020년까지 연장해줄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며 “애초 오는 6월말까지 3개월 더 연장하는 걸 논의했었는데, 영국 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하면서 내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썼다. 다만, 영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게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이다.



문제는 EU 측이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접촉이 재개되더라도 실질적인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탈리 루아조 프랑스 EU담당 장관은 “브렉시트 연기에는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대신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백스톱’ 계획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영국이 백스톱 계획의 만료일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이미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협상할 시간은 더 많다. 다만, 메이 총리가 향후 진행 방안에 대해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백스톱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부결된 주요 원인이자 그가 준비하고 있는 ‘플랜B’의 핵심 쟁점이다. EU에 잔류하는 아일랜드-영국 연방 소속의 북아일랜드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메이 총리와 EU가 모두 동의한 사안이다. 브렉시트 전환기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파는 백스톱이 영국을 EU에 무기한으로 잔류·종속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아무런 합의 없이 그냥 EU에서 떨어져나오는 ‘노딜 브렉시트’와 아예 브렉시트란 불가능했음을 인정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노(no) 브렉시트’ 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르면 영국과 EU가 탈퇴를 위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영국은 오는 3월27일 자동으로 탈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