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돋보기]동아에스티, 폐렴 효과 입증한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

by김지섭 기자
2018.12.29 01:00:00

항생제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대항마
미국 땅 먼저 밟은 국산신약…글로벌 진출 가속도
지난 2분기 글로벌 3상 임상서 폐렴에도 효과 입증

시벡스트로(자료=동아에스티)
[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동아에스티(170900)의 ‘시벡스트로’는 항생제를 써도 없어지지 않고 내성이 생기는 ‘슈퍼박테리아’까지 박멸하기 위한 ‘슈퍼항생제’입니다. 시벡스트로는 허가 임상 등을 거쳐 미국·유럽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항생제란 ‘생명을 죽이는 물질’이라는 의미로, 사람 몸 속에 침투한 균을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성장을 막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은 각종 감염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인류는 그동안 항생제를 개발하며 세균과 전쟁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세균이 항생제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항생제가 제 기능을 못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내성이 만연해지면 일반적인 수술이나 치료에서도 감염이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이 됩니다.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AMR)는 항생제 내성 확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는 2050년 연간 1000만명에 이르는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등장한 슈퍼박테리아 감염에 인류가 노출되면서, 이미 유럽에서는 연간 2만5000명, 미국에서는 1만1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슈퍼박테리아 대항마…기술수출 통해 해외 진출

동아에스티(당시 동아제약)는 세균에 대항할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지난 1996년 1월부터 항생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8년에 걸쳐 약 2000개의 새로운 물질을 들여다보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1년 5월 ‘DA-7867’을 신약후보물질로 확정합니다.

DA-7867은 경쟁물질인 미국 화이자의 ‘자이복스’보다 16배 이상 획기적인 약효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영국 헌팅턴연구소에 의뢰해 동물독성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독성을 발견해 2002년 12월 프로젝트 중단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연구를 재개한 결과 2004년 약효와 물성, 독성을 크게 개선한 ‘DA-7218’(성분명 테디졸리드, 제품명 시벡스트로)을 발굴합니다. 동아에스티는 테디졸리드의 국제특허를 출원하고 국내 안전성평가 연구소와 전임상(동물실험) 연구를 실시해 2006년 성공적으로 연구를 완료했습니다. 또 이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해외 임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2007년 1월 미국 트리어스 테라퓨틱스(현재 미국 MSD)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4년 6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급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에 대한 효과를 인정받아 ‘시벡스트로’라는 이름으로 신약 승인을 받습니다. 국산 신약이 미국에 진출한 것은 2003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당시 LG생명과학)의 ‘팩티브’ 이후 11년 만의 성과였습니다.

특히 동아에스티가 지난 2007년 계약을 체결한 트리어스 테라퓨틱스는 바이오벤처 규모였지만, 이를 미국 큐비스트가 인수하고, 큐비스트를 MSD가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아에스티의 파트너는 글로벌 빅파마인 MSD가 됐습니다.

이후 2015년 초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아 발매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4월 정제와 주사제를 각각 국산 24호, 25호 신약으로 승인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일본과 싱가포르, 러시아, 멕시코 등에서도 발매했으며, 중국에서도 임상3상을 완료해 판매 허가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6일 만에 안전한 치료효과…폐렴 효능도 입증

시벡스트로는 메타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포함한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ABSSSI) 치료를 위해 경구제 및 주사제로 개발된 항생제입니다. 이 약은 6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고 안전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임상 3상 시험에서 시벡스트로는 대조약물인 자이복스와 동등한 결과를 보였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소화기계 부작용 발생률이 낮았습니다. 또 폐렴에 대한 치료효과를 추가로 검증하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올해 2분기에 마쳤습니다. 폐렴 적응증을 추가하면 지금보다 약의 사용 범위가 많아지는만큼, 시벡스트로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