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홍 누리플랜 대표 "등기제도 보완해야 '제2 누리플랜'사태 방지"

by박철근 기자
2015.10.07 03:05:00

적대적 M&A세력 회사 전 대표와 공모후 경영권 찬탈시도
경영권 분쟁종료…안개소산시스템·ESS 사업으로 퀀텀점프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서류 내용의 적법성은 검증하지 않고 제반서류만 먼저 제출하면 등기가 가능한 현행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누리플랜 사건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방배동 누리플랜(069140) 본사에서 만난 이규홍(49) 대표이사는 지난해 3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후 자신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 10월까지 8개월이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하면 지분을 확보해 표 대결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누리플랜의 경우 경영권을 노린 외부 세력이 회사 내부의 고위 경영진들과 짜고 문서를 위조해 회사를 탈취하려 했던 국내 주식시장에서 보기드문 사례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누리플랜 경영권 분쟁은 2013년 장병수 전 서울누리타워 대표가 N서울타워(서울남산타워) 리모델링 사업제의를 하면서 시작했다.

단순 사업제휴를 넘어 누리플랜은 2013년말 회사 주식 일부를 장 씨에게 넘기는 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장 씨측이 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계약이 결렬됐다.

장 씨는 이때부터 돌변해 이일재 전 누리플랜 대표이사로부터 얻은 회사 내부 비리정보를 이용해 회사에 협박을 지속했다. 장 씨는 이 전 대표와 공모해 지난해 3월 24일 경기도 김포 본사에서 가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주총 의사록, 이사회 의사록 등을 위조해 선행등기를 하면서 기존 경영진을 몰아냈다.

회사의 전문경영인이 불법 M&A세력과 결탁해 최대주주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셈이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정식 주총을 한 이상우 전 회장 등 경영진들은 장 씨와 이일재 전 대표이사측이 가짜 주총을 통해 선행등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법적 대응에 나섰고 8개월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회사와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이규홍 누리플랜 대표이사는 지난해 발생한 경영권 분쟁이 마루리되면서 기존 경관조명 사업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 안개제어시스템 등 신규사업을 통해 추락한 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한대욱 기자
이 전 회장은 회사의 경영권을 뺏겼던 점보다도 오랫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이 전 대표에게 배신을 당한 점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법적 공방이 이뤄지던 8개월 간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해 실적이 대폭 악화됐다”며 “특히 회사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전 회장의 횡령혐의가 발생하면서 회사는 상장적격성 심사대상까지 올랐다. 누리플랜은 이후 사외이사 2명, 사내 감사 1명을 선임하는 등 경영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창업자인 이 전 회장은 현재 백의종군의 자세로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신뢰도가 추락한 회사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실적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경관사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협력사들이 누리플랜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실적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누리플랜은 올해 수주총력전을 벌이면서 가파르게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재 매출 153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누리플랜은 주력사업인 경관조명 사업 수주를 확대하면서 에너지 저장장치(ESS), 안개제어시스템 등 신규 사업에서도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ESS사업의 경우 기존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가 아닌 바나디움 레독스 배터리(VBR)를 사용해 대용량화에 적합한 것으로 최근 신기술 인증(NET)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안개피해방지시스템은 짙은 안개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국내 10여 곳에서 시범 운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처럼 안개로 인한 대형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운전자의 가시거리를 확보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플랜은 지난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60명에 육박하던 직원을 80명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그는 “남아있는 직원들이 오히려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면 반드시 직원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그는 “누리플랜처럼 문서위조를 통한 경영권 분쟁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등기제도의 보완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바뀔 때 전 경영진의 확인서를 반드시 첨부토록 하면 누리플랜과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고속성장 후 상장하게 되면 대주주나 경영진은 사업 확대에 매진하고 상장기업이 갖춰야 할 적법성 문제에 대해서는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상장기업의 경영진과 대주주들은 공시를 포함한 관련 법을 공부하고 숙지해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