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땀 한땀' 바빠지는 타쿠미의 손끝...렉서스 "올 판매목표 57만대 초과 자신&qu...

by김보경 기자
2014.09.22 06:00:00

도요타 큐슈의 마야타공장에서 렉서스의 소형 SUV ‘NX’가 조립되고 있다. 한국 도요타 제공.
[후쿠오카현(일본)=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하늘색 작업복과 모자를 쓴 작업자들이 하얀 장갑을 끼고 조립이 끝난 ‘NX300h’ 차량의 구석구석을 만져본다. 엔진 후드와 도어, 휀더의 틈 등 작업자들의 손은 차체의 틈을 놓치지 않고 훑는다. 이들은 바로 0.1mm의 오차를 촉감으로 찾아낼 수 있도록 훈련받은 작업자들이다. 작업대 한 켠에는 이들이 매일 거치는 테스트기도 놓여있다. 매일 아침 담당 검사원이 설정해 놓은 틈을 촉감으로 맞추게 된다. 0.2mm의 오차 내에서 맞춘 사람만 이 공정에 들어가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렉서스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 57만대의 초과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코니시 코키 도요타자동차 홍보부본부장(상무)은 “지난해 역대 최고 파매량 52만 4000대를 팔았고, 올해는 이보다 10% 늘어난 57만대 이상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렉서스의 판매 실적을 고무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지난달 일본에서 출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NX의 인기 때문이다. NX는 일본에서 두달만에 1만여대의 계약이 이뤄졌을만큼 초반 고객반응이 좋다. 또 하반기 출시될 고성능 쿠페 ‘RCF’에 대한 기대도 크다.

지난 18일 다음달 초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NX 생산공장을 가봤다. 일본 큐슈 후쿠오카현 하카타 역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 도요타큐슈 미야타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전 세계 70개국으로 수출하는 렉서스 차량이 제작되고 있는데, 최근 NX의 일본 출시 이후 주문이 밀려들면서 공장가동률은 96~97% 까지 올랐다. 전체 생산 물량 가운데 NX는 52%를 차지하고 있다.



두 개의 생산라인으로 구성된 공장의 면적은 약 113만㎡(34만평). 지난해 생산한 차량만 약 31만대에 이른다. 7700여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렉서스 NX 차량의 틈을 손으로 검사하고 있는 모습. 한국 도요타 제공.
완벽한 품질을 추구하는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품질의 원천은 타쿠미(장인)의 옴감이었다. 도장검사도 타쿠미의 매서운 육안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도장검사 라인에는 천정에 수백개의 형광등이 밝은 빛을 내뿜고 있다. 작업자들은 이 빛이 차량 도장에 반사된 것을 보면서 불량품을 잡아낸다. 모든 공정을 마친 NX 차량의 주행검사도 작업자의 귀를 통과해야 한다. 300M에 달하는 ‘이음로(異音路)’를 지나야 한다. 차를 타고 시속 40㎞로 달리면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한다고 해서 이름로라 부른다. 로프와 같은 요철이 설치된 로프도로, 멘홀도로, 매끈하지 않은 소면도로, 돌로 만들어진 돌담도로(벨지안도로), 조그만 범퍼가 설치된 방지턱도로 등 5개 구간을 지나면서 검사원이 이상한 소리를 감지하게 되면 차량은 다음 공정으로 지나가지 못한다.

타쿠미의 오감 활용작업은 특히 기계가 할 수 없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NX에 선보인 실내 스티치 작업이 대표적이다. 타쿠미들은 다루기 힘든 우레탄의 모든 곡선과 모서리까지 정교하게 스티칭한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따뜻한 느낌의 스티치가 첨단 계기판과 대비를 이룬다. 스티칭 타쿠미가 되기 위해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 손을 사용해 90초 안에 종이 고양이 한 마리를 접어야 한다. 이러한 훈련 과정을 겪어야만 정교한 스티칭 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렉서스NX의 주행테스트 모습. 300M의 이음로를 통과하면서 작업자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한다. 한국 도요타 제공.
렉서스는 타쿠미 육성이야 말로 렉서스의 고품질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소개한다. 이들은 차량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업 공정을 만드는 것은 물론 새로운 훈련 방법을 만들고, 이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장인으로 불리는 만큼 선발 과정도 치열하다. 미야타 공장의 경우 7700여명의 작업자 중 타쿠미는 단 22명이다.

스기야마 신지 도요타규슈 생산부문 총괄 전무는 “한때 자동화를 맹신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자동화 설비가 많으면 차종을 바꿀때마다 설비를 추가해야 하고 공간과 비용이 더 든다”며 “100% 자동화란 불가능하며 사람과 기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