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사위원장, 못 뺏겨"…권한 뭐길래? [배진솔의 정치사전]

by배진솔 기자
2022.06.05 08:00:00

`상임위의 상임위`…법안 체계·자구 심사권
법사위원장, 법안 속도·지연·거부 권한
후반기 원 구성 앞두고 여야 합의 번복 논란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한 주 동안 넘쳐나는 정치 기사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더 알고 싶어서 찾아보고 싶었던 부분 있으셨나요. 주말에 조금이나마 긁어 드리겠습니다.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승리에 이어 6·1 지방선거 압승으로 지방 권력까지 장악한 국민의힘. 자신감 붙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민주당 혁신은 법사위 내려놓기가 시작”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자리 반환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은 말이 아닌 실천의 영역이다. 진정으로 혁신하고 싶다면 그동안 오만하게 휘둘러왔던 법사위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적었는데요.

여야는 이번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법사위원장이 대체 어떤 권한을 갖고 있길래 이렇게 한 치의 양보가 없는지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국회는 2년 마다 국회를 이끌어 나가는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구성원을 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원 구성 협상을 합니다. 총 18개의 상임위로 30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각각 `전문 분야`를 찾아 나눠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곳은 법사위원장 자리입니다. 법사위는 흔히 `상임위의 상임위`라고도 불립니다. 각 상임위에서 통과한 모든 법안은 반드시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 등을 받아야만 본회의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계·자구 심사는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관련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체계),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자구)를 심사하는 기능입니다. 의원들이 고심 끝에 만든 법안을 법사위에서 다시 한번 꼼꼼하게 심사하는 것이죠.

법사위원장은 여기서 각 상임위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려 보내는 마지막 관문의 수장 역할을 합니다. 법사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도, 지연시킬 수도, 심지어 상정을 거부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 때문에 종종 심사를 핑계로 의도적으로 장기 계류시키는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 체계·자구 심사권을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수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법사위원장은 제1야당 몫으로 하는 게 그간의 관례였습니다.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고 저지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21대 국회 들어와 민주당은 `야당 몫 법사위원장`이라는 의회 협치 관행을 깨뜨렸습니다. 지난해 4·7 재보선 참패 후 부담을 느낀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국회 후반기 법사위는 국민의힘이 맡는다”는 여야 합의안을 내놓았는데요.

이 합의대로 한다면 오는 6월부터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야당 몫이었던 예전 관행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옵니다. 한편 민주당은 지방선거 패배 후 지도부 공백으로 당내 분란과 민심 이반까지 동시에 챙겨야 하는 상황에 빠져있어 후반기 원 구성이 기약 없이 늦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경 노선을 고수하기에 무리라는 시각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입법권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 당분간 여야의 팽팽한 긴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