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실업률 동시 사상최고 왜?…재정 일자리 확대로 구직자 급증

by이명철 기자
2019.07.11 00:00:00

통계청 6월 고용동향, 고용률 67.2% 역대 최고수준
실업률도 4.0%로 최고치 기록…“전체 일자리 확장한 것”
40대·제조업 고용은 부진…“재정일자리, 숫자만 늘려”
반도체 등 전자부품·전기장비서 6만명↓..제조업 부진 주도
은행 점포 축소 등 영향으로 금융보험업 취업 5.1만명 감소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관광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조해영 기자]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역대 최고치를 찍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고용과 실업이 동시에 증가한 것은 모집단인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자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 일자리 확충으로 노년층 취업자가 증가해 고용률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경제 허리인 제조업과 40대 고용률은 감소해 전반적인 고용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이하 전년 동월 대비)’에 따르면 실업자는 113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0%(10만3000명) 증가했다. 실업자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 이후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실업률은 같은기간 0.3%포인트 상승한 4.0%다. 실업률 역시 1999년 6월 이후 동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15~64세(OECD 비교 기준) 고용률은 67.2%로 전년동월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9년 6월 이후 동월 기준 최고치다. 고용률은 5월에도 67.1%로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같은기간 0.2%포인트 오른 61.6%로 1997년 6월(61.8%)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반 상승한 것은 고용시장에 뛰어든 인구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595만1000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0.3%(5만명) 감소한 반면 경제활동인구(2816만1000명)는 1.4%(38만4000명) 증가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경기가 하강국면이긴 하지만 통상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실업률이 상승한다면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달은 전체 일자리가 열리면서 취업자가 증가하고, 구직자도 늘어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이 올해 1월부터 6개월 연속 4%대를 유지한 점에 대해서는 시기적 특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45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6.8%(6만5000명) 증가하고 실업률(10.4%)도 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5월에 치른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올해 6월 열리면서 응시자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60세 이상 실업률도 3.0%로 같은기간 0.6%포인트 상승했는데 정부의 재정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구직활동 역시 늘었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비스업 고용이 많이 늘었고 정부의 재정 지출로 노년층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이라며 “노동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으로도 볼 수 있지만 핵심 연령층이나 제조업 등의 취업 확대는 아직 미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 허리인 40대 고용은 여전히 부진했다. 지난달 40~49세 고용률은 78.5%로 전년동월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다른 세대의 고용률은 같은기간 0.3~1~2%포인트 상승했다.

정 과장은 “30대는 지난달 취업자가 많이 유입되면서 고용률도 0.5%포인트 상승했지만 40대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점을 볼 때 고용 여건에 긍정과 부정이 혼재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산업별 고용 지표는 상반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지난달 교육서비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각각 191만8000명, 233만4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0%(7만4000명), 2.9%(6만6000명) 증가했다.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증가 요인인데 지난해 6월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늘어나 취업자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하면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222만3000명)도 1년 전보다 6.0%(8만1000명)나 늘었다.

하지만 제조업의 경우 지난달 취업자는 441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보다 1.5%(6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업황 악화를 겪은 자동차와 구조조정을 진행한 조선의 경우 취업자가 증가로 전환했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과 전기장비 업종에서 6만명 이상 감소하면서 제조업 고용 부진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보험업의 취업자가 7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6.0%(5만1000명)나 감소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주요 업체들은 채용 규모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구조조정 발표는 없지만 점포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당분간 취업자가 감소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하강국면을 나타내는 상황이고 주요 산업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고용률을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일자리가 전년대비 10만명 가량 늘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고용률 상승에 정부 지원이 영향을 준 것도 맞지만 다른 분야의 취업자 증가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과장은 “50~60대 중에서도 재정일자리 외 사회복지 같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취업자도 많이 유입됐다”며 “공공과 함께 민간 분야의 일자리 창출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