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서은수 “평범함 장점…수수하단 말 좋아요”(인터뷰)

by김윤지 기자
2018.03.23 06:15:00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제 장점이요? 평범함이 아닐까요. 수수하단 말이 좋아요. 오래 볼 수 있잖아요.”

배우 서은수는 단어 하나하나 고심해 골랐다. 질문을 곱씹어 답을 토해냈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다 농담이 나오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수줍게 웃었다. 외유내강이란 말이 떠올랐다.

서은수는 11일 종영한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석, 이하 ‘황금빛’)의 수혜자 중 한 명이다. 해맑은 둘째 서지수로 분한 그는 드라마의 한 축을 맡아 시청률을 견인했다. 에너지 음료 광고 모델로 데뷔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장이었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상은 그대로였지만 먼저 인사해주는 시청자가 늘었다. 그는 “인복도, 작품운도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빛’의 힘이 컸다. 지난 시간 8개월은 치열했다. 추위에 약한 서은수는 한파에 핫팩과 담요를 자신의 몸처럼 여겼다. 후반부 휘몰아치는 감정신은 난제였다. 그는 “감정을 잡기까지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눈물신이 많은 날엔 나도 같이 힘들었다. 슬픈 음악을 듣거나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서 감정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만큼 종방 후 공허함도 컸다. 촬영 기간엔 드라마가 끝나면 여행도 떠나고 ‘푸드 파이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막상 기쁨보다 외로움이 컸다. “일할 때 마음이 더 편하다”는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든다. 빨리 일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동갑내기 이태환과 로맨스는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극중 이태환을 짝사랑했던 서은수는 “실제론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적이 없어 지수의 용기와 화끈함이 부러웠다”고 떠올렸다.

“(이)태환씨는 저에게 완벽한 혁(극중 이름)이었어요. 배려를 많이 해줘서 고마웠고, 동갑이라 재미있었어요. 함께 성장한 기분이에요.”



극중 자매였던 신혜선도 그에겐 특별했다. 실제 친언니와 동갑인 신혜선은 그를 살갑게 챙겨줬다. 작품에 대한 상의를 하다 눈물을 흘린 날도 있었다. 신혜선 이름이 나오자 서은수는 활짝 웃었다. ”그냥 (신혜선)언니가 좋다“는 서은수의 말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인터뷰를 위해 만난 서은수는 ‘황금빛’ 속 서지수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의 꿈에 적극적인 태도는 닮았지만, 서은수는 좀 더 신중했다. 취미는 음악 감상과 걷기로 “혼자 밥도 잘 먹는다. 혼자 하는 걸 좋아해 주변에서 MBC ‘나 혼자 산다’를 추천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들려주는 소박한 일상은 화려한 연예계와 거리가 있었다. 여전히 카메라 앞, 특히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일이 떨린다는 그에게 “그 이상으로 연기가 좋으냐”고 물었다.

“저도 모르는 제 자신을 연기를 통해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평소 싫은 소리도 잘 못하고, 싸움도 일단 피하는 성격이에요. 드라마에선 소리도 지르고 갈등도 하잖아요. 평소 못하는 걸 연기로 경험하는 기분이죠. 하하. 앞으로도 제 자신을 계속 실험하고 한계를 깨고 싶어요.”

한예종 출신인 그는 2016년 SBS ‘질투의 화신’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변에서 온 젊은 새 엄마 역할로, 1회에 1~2번 출연하는 정도였다. 이후 SBS ‘낭만닥터 김사부’(2016), OCN ‘듀얼’(2017) 등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황금빛’까지. 짧은 시간 내에 빠른 성장을 보여줬다. 그 비결을 묻자 “간절함”이란 답이 돌아왔다. 앞선 작품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그는 “꼭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알아봐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결혼정보 회사 전속모델이다. 서은수의 깨끗한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 광고를 지하철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는 “광고를 볼 때마다 놀란다”면서 “실제 저보다 몇 배나 큰 화면에 얼굴이 박혀 있어서 도저히 못 보겠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괜히 민망해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며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서은수. 그의 목표가 궁금해졌다. 꾸준히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메시지를 드릴 수 있는 역할과 대본이면 좋겠어요. 매 작품 그 인물로 불리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8개월 동안 서지수로 불릴 수 있어 행복했어요. 그렇게 저의 새로운 이름이 쌓여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극과 액션도 욕심이 나요. 예전에 한국 무용을 했어요. 몸 쓰는 일엔 자신 있어요.”

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