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야구가 가장 즐거운 남자, 김현수

by정철우 기자
2015.06.27 10:11:24

2009년 WBC 당시 김현수.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취재를 갔을 때 쓴 기사 입니다. 먼저 한 번 읽어 보시죠.

제가 김현수 선수에게 더 많은 흥미를 느낀 건 그 뒤 부터였습니다. 멀리서 그를 지켜보니 덕아웃에서 들어가지 않고 다른 선수의 타격을 지켜보는 것이 마치 취미처럼 느껴질 정도더군요. 이승엽 선수 처럼 잘 하는 선수만이 아니라 이제 막 2군에서 올라 온 선수의 타격까지도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그냥 재미있어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선수들이 치는 걸 보는게 그냥 좋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타격 훈련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뭐 대단한 장면 없습니다. 홈런 뻥뻥 치는 선수들은 그런대로 보는 재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의 훈련에서 ‘재미’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김현수 선수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냥 치는 걸 보는게 재미있어요. 아, 저렇게도 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저래서 잘 치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제 야구에 적용하냐구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렇구나 할 뿐이죠. 어쨌든 야구를 보는 건 늘 재미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선수는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막상 직업이 되면 지치고 질리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김현수 선수는 전혀 질릴 마음이 없는 듯 보입니다. 여전히, 그리고 이후에도 쭉 야구로 즐거운 삶을 살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목표를 듣고나서는 거의 확신이 됐습니다. 그의 장래 희망은 이렇습니다.

“은퇴하면 치킨 사서 외야에 한 자리 잡고 야구 보고 싶어요. 그냥 야구보는건 즐거우니까요.”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했죠. 전 한 단계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즐거움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수 선수는 그런 정신적 체력면에서도 단연 최강인 듯 합니다. 김현수 선수의 즐거운 야구가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