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해외 토픽]기대와 우려 교차한 화이자 실적 발표

by신민준 기자
2023.02.04 06:00:00

지난해 연매출 1003억달러로 역대 최대치 기록
코로나 백신 코미나티·치료제 팍스로비드 일등공신
엔데믹 추세 탓에 올해 연매출 30% 감소 전망
연구개발 생산성 제고·개방형 혁신으로 돌파구 마련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경기 침체 여파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올 한해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각종 대응책을 통해 경기 침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리해고를 단행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은 119곳에 이른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주에 화제가 됐던 글로벌 제약·바이오 관련 이슈를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편집자 주]

(사진= AFP)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의 실적 발표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백신과 치료제 판매로 또 한 번 역대 최대 연매출을 기록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연매출 1003억달러(약 123조3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812억8800만달러(약 1000조3000억원) 대비 23% 증가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화이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1000억달러를 넘겼다.

매출 증대의 일등 공신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였다. 화이자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 코미나티와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지난해 연매출은 567억3900만달러(약 69조9000억원)에 달했다. 두 제품을 제외한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2%에 그쳤다.

코미나티는 지난해 직접 판매와 관련 매출이 총 378억600만달러(약 46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코미나티를 가장 많이 소비한 지역은 유럽으로 108억2700만달러(액 13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29%를 차지하는 규모다.



팍스로비드는 189억3300만달러(23조321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소비한 지역은 미국으로 매출은 105억1400만달러(약 13조원)에 이르렀다.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이다.

하지만 화이자의 올해 실적 전망은 우울하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대세가 되고 있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백신과 추가접종(부스터샷)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팍스로비드를 가장 많이 소비한 미국이 오는 5월 코로나19에 대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종료할 계획이라는 점도 화이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공중 보건 비상 사태가 종료되면 정부가 구매해 무료 배포했던 백신과 치료제는 상업적 판매로 전환될 예정이다. 화이자는 미국 정부와의 계약이 끝나고 상업적 유통이 시작될 경우 백신 1회 접종 가격을 110~130달러(약 13만5000~16만원)로 올릴 계획이다. 이는 정부 납품 금액의 최대 5배에 달한다.

이런 조치에도 화이자의 올해 전체 연 매출은 710억달러(약 87조4000억원)로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는 연구개발 생산성 제고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희귀암 등 희귀질환 치료제 부문에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성공가능성이 낮은 분야는 자체 연구개발보다 바이오벤처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화이자는 유망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으로 당뇨병과 비만(경구용 GLP-1) 독감,코로나, RSV(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콤보백신, 대상포진 백신, 유방암 표적 항암제,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범혈우병 A&B 항체 치료제를 꼽았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동급 최고의 연구개발 생산성, 혁신적이고 강력한 파이프라인, 업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통해 더 강력한 위치에서 행동해야 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묘 “연구개발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력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