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씽씽' 투자 '끙끙'...기업들 표정 어두운 이유 있다

by논설 위원
2021.12.15 05:00:00

수출이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누적 수출액은 그제 오전 11시 36분 기준, 종전 최대였던 2018년의 6049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수출액은 64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수출 순위는 7위를 유지했지만 수입을 더한 순위는 9년 만에 8위로 올라서며 무역 강국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코로나19 악재와 글로벌 물류대란을 극복하고 이룬 쾌거다.

올해 수출 실적이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독일, 일본 등 전통적 수출 강국과 비교해도 더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는 데 있다. 독일의 경우 올 1~9월 누적수출액이 전년 동월대비 22.1% 증가했으며 일본은 22.6% 늘었다. 높은 증가율이지만 한국의 1~9월 누적수출 증가율 26.2%에는 크게 뒤진다.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자동차·조선은 물론 바이오·배터리 등의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신시장을 적극 개척한 데 따른 성과다. 반도체 수출은 올 들어 11월까지 1152억달러를 기록하며 한국 전체 수출의 19.7%를 차지, 나라 경제의 버팀목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같은 날 공개한 매출 500대 기업의 내년 투자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101개)중 49.5%가 아직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잡지 않았다.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들 중 “올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비율은 31.4%에 그쳤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수출로 번 달러 덕에 자금 사정이 좋아졌지만 기업들 시선엔 불안이 가득하다는 얘기다.

투자는 소비와 함께 경제를 이끄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수출이 탄탄대로를 달린다 해도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신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다.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이유 중 으뜸은 ‘불투명한 경제전망’(31.8%)이었지만 ‘투자여력 부족’(12.1%)과 ‘과도한 규제’(7.6%)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음을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 정부 간섭과 규제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다는 응답이 쌓일수록 나라 경제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 분명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