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500억 주식부자?..월세 사는 딸바보"(인터뷰)

by조우영 기자
2011.07.20 08:11:48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집을 구할 여유가 없어 아직 회사 근처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몇 년 안에는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지어 살고 싶습니다."

빅뱅과 2NE1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실질적인 수장 양현석이 `500억 원대의 주식 부자가 됐다`는 주변의 부러움 섞인 시선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더구나 지난해 3월, 마흔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9년간의 비밀 연애 끝에 걸그룹 `스위트` 출신 이은주와 결혼한 새신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답변이었다.

YG는 지난달 코스닥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했다. 주식 발행 예정가는 2만 4600원~2만 8800원. 양현석은 YG의 주식 178만 4777주(47.73%)를 보유하고 있어 그의 주식평가액은 최대 514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현석의 말처럼 그는 주식 부호나 국내 가요계를 주름잡는 대형 기획사의 수장이기 이전에 평범한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빠였다. 이데일리가 온라인 언론으로 탄생한 지 11년 만에 경제종합일간지를 창간한 7월, 양현석을 만났다.  
▲ 양현석-이은주 부부와 딸 양유진 양
  좀처럼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양현석은 그만큼 사생활 노출도 꺼린다. 딸 유진 양이 태어났을 때를 제외하곤 가족들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찍은 딸 유진 양과 부인 이은주의 사진을 이데일리에 특별히(?) 공개한다는 양현석은 "단, 세 식구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은 아직 한 장도 없다"고 호소했다. 그만큼 쉼 없이 달려왔다는 얘기다.

"결혼식도 못 했는데 심지어 약속했던 웨딩 사진도 아직 못 찍었어요. 제가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세 식구가 함께한 사진 한 장이 없네요.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죠. 심지어 유진이(딸) 백일잔치도 하지 않았고 돌잔치도 안 할 생각이에요. 차라리 그 비용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이 부분은 아내도 저와 생각이 같고요."

그렇다고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여느 가장보다 부족한 것은 아니다. 오는 8월5일 첫돌을 앞둔 유진 양 앞에서 양현석은 영락없는 `딸바보`다. 총각 때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던 양현석은 "요즘 딸 키우는 재미에 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1시간 정도는 꼭 유진이와 놀아주는데 돌아서면 또 보고 싶죠. 제 딸은 저를 가장 많이 웃게 해주는 존재이자 몰랐던 새 삶을 살게 해주고 있어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작은 행복이랄까. 결혼은 구속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인생에서 꼭 해볼 만 게 바로 결혼이라고 `강추`합니다. 하하."    양현석은 지난해 이은주와의 결혼을 발표하면서 `든든한 보호자 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주의 오빠인 이재진을 챙겨주는 것도 그의 몫으로 생각한다. 이재진에겐 젝스키스 멤버 시절, 말 붙이기도 어려웠던 선배가 매제가 된 셈이지만 두 사람은 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양현석은 이재진이 원하는 미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계획도 세워 놨다.

"결혼을 해야겠다고 제 마음이 바뀐 건 3, 4년 전 은주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과정을 겪으면서였어요. 남편이라기보다는 보호자가 돼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솔직히 당시에도 뜨거운 사랑을 했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죠.(웃음) 하지만 제가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사람, 그런 사람에 대한 애정은 마음속 깊숙이 간직하는 스타일입니다. 소속 가수들에게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실제 유진 양이 태어난 이후 그가 소속사 연습생들이나 가수들을 바라보는 눈도 한결 달라졌다고 한다. 양현석은 소속사 식구들에 대해 "내 자식처럼 다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어떻게 잘 조합해 팀을 만들까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그래서 때로는 본의 아니게 방송사에 맞서기도 하고 고집 센 아티스트 집단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제가 욕을 안 먹으면서 소속 가수들을 계약기간 안에 빨리 띄우고 버리려고 마음 먹는다면 모든 일이 쉬어지겠죠. 하지만 YG는 전문 아이돌을 생산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빛이 안 나는 자리에 나가서 앉아 있는 걸 보면 제가 견디기 어렵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게 YG 스타일이고 아마 이건 10년이 지나도 변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저 제 자식 사랑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러한 평소 그의 신념은 주변에서의 유혹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 지난 6월 코스닥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한 YG엔터테인먼트의 증시 직상장은 2000년 SM엔터테인먼트 이후 10년만이다.

양현석은 "3, 4년 사이에 무수히 많은 회사가 우회상장을 했다"며 "그만큼 엔터주가 직상장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겠지만 그간 직상장을 고집한 이유는 상장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머니게임을 하는 인상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주식을 팔아 돈 벌 생각도 없고, 저는 이전처럼 가수들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벼락부자가 된 것처럼 얘기하시는데 저는 회사가치가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우선 10배 100배 더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어 사회에 더 크게 이바지 하는 건실한 기업을 만들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