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배터리까지 덮친 차이나 리스크, 경제안보 흔든다

by논설 위원
2021.12.28 05:00:00

중국의 자원무기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발 원자재 대란이 국내 배터리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초래한 요소수 품귀 사태로 물류대란이 빚어졌던 지난달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또 겪는 차이나 리스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새해부터 10% 인상할 계획이며 삼성SDI는 이미 8% 값을 올렸다. 핵심 원재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화합물 등을 공급하는 중국 가공업체들이 값을 대폭 올린 탓이다.

국제 시세 변동에 따른 원재료 값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데다 한국 산업계의 원료 공급망 허점을 확인한 중국이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과다한 가격 인상과 물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는 중국업체들이 세계 가공시장의 90% 이상을 장악 중이다. 남미와 아프리카의 광산에서 싼 값에 광물을 싹쓸이한 중국업체들이 1차 가공을 거쳐 화합물 가격을 대폭 올린다 해도 국내 업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는 내년에 원재료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재료 공급망의 차이나 리스크 대책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이 걸린 일이다. 대중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나 되는 상황에서 미·중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작업의 틈바구니에 끼여있는 우리로서는 언제든지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중국 정부가 최근 희토류 기업 3곳과 연구소 2곳을 합쳐 17종의 희귀금속(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에 나선 데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자원무기화에 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최근“반도체, 배터리 등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옳은 지적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모든 역량과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겪은 일본은 호주 인도 등에서 개발권을 따낸 뒤 중국 의존도를 10년 만에 90%에서 50% 미만으로 낮췄다. 우리 역시 원자재 공급망의 차이나 리스크 축소에 적극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