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人]"창의만 있다면, 카페24가 책임집니다"

by김재은 기자
2021.07.26 01:10:00

이재석 카페24 대표 인터뷰
인터넷 태동기 창업…IT빙하기 거쳐 20여년 생존
"인간 본질 부가가치 높이는 이커머스 성장성 크다"
`격주 4일제 근무·사람투자 우선` 보이지 않는 경쟁력

[이데일리 김재은 권효중 기자] “그동안 역사는 인간 해방의 역사이죠.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쪽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카페24는 인프라를 통한 부가가치 확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창의만 있다면 나머지는 카페24가 책임지겠습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
지난 19일 오후 연구실에서 골몰하다 급히 인터뷰에 응한 듯한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회사의 최종 목표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카페24는 2018년 6월 ‘테슬라 요건 1호(이익 미실현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이 큰 기업)’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부가가치 더한 플랫폼 성장성 크다”

카페24는 1999년 심플렉스인터넷으로 출발해 IT버블·빙하기를 버텨냈고, 2014년엔 K-OTC (옛 프리보드)에 상장했다.

이재석 대표는 포항공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선후배들과 창업에 나섰다. 인터넷이 막 태동할 무렵이다. 그는 “인터넷 방향성에 대해선 종교적 확신이 있었다”며 “다만 언제든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생각한 만큼 기술 중심으로 투자해왔다”고 했다. 결국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사업은 버틸 수 있고, 여기에 부가가치를 더한 플랫폼 사업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카페24의 사업모델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카페24는 지난 1분기 실적이 적자 전환하는 등 최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상위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경쟁 격화, 개발자 영입 경쟁에 따른 인건비 증가, 출혈경쟁 지속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쿠팡 등 많은 사례를 보면 (이익보다) 시장의 확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PC통신이 처음 나올 때 동아리가 100개 정도 있었고, 천리안 등이 등장하며 1000개로 늘었다. 네띠앙, 다음카페, 싸이월드 등을 거치며 이 숫자는 1000만개까지 늘어났다”며 “쇼핑몰도 처음엔 1만개 정도였지만, 곧 5000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 국민이 커머스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당근 마켓도 하나의 예시”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욕구 중 하나가 구매하고 사용하는 경험(구매 체험)인데, 이를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은 사고팔아야 생겨난다. 자기만의 브랜드로 사고팔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금은 그게 가능한 시대라는 것이다.

셀러 중심 원스톱 경쟁력 `자신`

카페24는 여타 플랫폼기업과 달리 철저히 ‘셀러’ 중심인데다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DIY’ 콘셉트의 쇼피파이 등 다른 업체들과는 차별화된다고 했다.

실제 카페24는 ‘스타일난다’ 김소희 대표를 통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김 대표는 로레알에 스타일난다를 4000억원 가량에 매각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또 육육걸즈, 아크메드라비 등도 지난해 연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며 카페24와 함께 성장한 경우다.



이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성장하기 위해선 결제, 배송, 물류, 마케팅 등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카페24는 주로 파트너사와 협력하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자가 늘어날수록 파트너사의 부가가치도 함께 성장한다”고 했다. 쇼핑몰 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파트너사들과 합리적으로 분배하면서 선순환을 이룬다. 일본이나 베트남에서도 현지화된 플랫폼으로 동일한 수익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다만 온라인쇼핑몰 사업자 절반가량이 의류업체인 점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의 등장은 리스크 요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해 패션산업 성장이 둔화됐지만, 가구 인테리어, 생활용품, 식품 등이 성장하며 카페24 플랫폼 거래액은 되레 18% 증가했다”며 “삶에 있어 중요도 높은 아이템들이 카페24 플랫폼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플랫폼 등장에 대해서도 일단 이커머스 시장이 커져 긍정적 시너지가 크다는 생각이다. 믿을만한 서비스를 만들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났다.

월 2회 주4일제…“쉬어야 잘한다…사람 투자 최우선”

카페24는 임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좋기로 소문났다. 격주로 주 4일제 시행은 물론, 각자 입사일에 맞춰 개별 연봉협상을 진행한다. 그 흔한 공채도 없다.

이 대표는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쉬는 게 절대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주 4일제를 시행하면서 걱정하는 이는 많았지만, 현재 불만이 있다는 사람은 없다. 역시 노는 게 최고”라고 했다.

카페24는 2006년부터 리프레시 레저휴가(월 1회 주 4일 근무)를 도입, 좀 과도하게 쉬어보니 결과가 나쁘지 않았고, 지난 5월부터는 오프데이(월 2회 주 4일 근무)를 시행해오고 있다.

인건비에 대해 그는 “과거 전통기업에서 벤처로 오면서 핵심이 인재중심으로 바뀐 만큼 인건비엔 낭비요소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결국 사업이 잘 되려면 투자를 해야 하고, 그 중 가장 우선은 사람이라는 것.

이 대표는 “전직원 중 개발자가 3분의 1 정도인데, 이들을 통해 부가가치가 생산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기에 개발자들이 의사 등보다 더 대우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페24 주가는 2018년 4월 상장 이후 수정주가 기준 55% 가량 하락한 상태다. 다만 2014년 장외시장에 상장할 당시(3061원)에 비해선 10배가량 상승했다.

이재석 대표는 “투자자는 매년 더블링의 주가를 원하지만, 주가는 어느 순간 계단식의 퀀텀점프를 하는 것이고, 카페24를 사야 할 적기는 바로 지금”이라며 “단기적인 부분에선 언급하기 어렵지만, 10년 뒤엔 지금의 100배가량 될 것이란 자신은 있다”고 전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