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떠나는 기업, 남는 기업

by강경래 기자
2019.01.21 01:30:00

'기해년' 중소기업 "한국을 떠나느냐, 남느냐" 화두
고용유연성 없이는 앞으로도 같은 고민 되풀이할 것
정부 최저임금 차등·내년 최저임금 동결 등 결단 필요해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품질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습니다.”

윤나라 TJ미디어 부사장이 경기도 김포시에 신공장을 구축키로 한 이유다. 국내 1위 노래반주기 업체인 TJ미디어가 현재 짓고 있는 신공장은 오는 5월 준공한다. 그동안 서울시 등촌동과 인천 검단동 등으로 나뉘었던 제조와 물류 등 시설을 한곳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다.

창업주 윤재환 회장 장남으로 윤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윤 부사장. 그는 신공장을 착공하기 전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지인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 인건비 등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고 수차례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부사장은 검증되지 않은 지역과 인력에 제품 생산을 맡길 수 없었다. 그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도 잠시 생각했으나, 품질 등 문제를 우려해 결국 국내에 두기로 했다. 결정은 내렸지만, 중국 경쟁사의 저가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해년(己亥年) 벽두.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한국을 떠나느냐, 남느냐”가 화두다. 이들 중 TJ미디어처럼 국내에 머물기로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해외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품질과 관리 등에선 우려가 있지만, 당장 눈앞의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의 경우가 그렇다.



A사는 충북에 위치한 공장을 조만간 청산하기로 했다. A사는 중국 경쟁사의 저가공세로 최근 어려움에 처했다. 이를 위해 제품 단가를 낮춰야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이유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A사는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지난해 하반기 서둘러 베트남에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지었다. 그 결과 한때 100여명이었던 충북 공장 인력은 현재 10여명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곧 정리될 예정이다.

의료기기업체 B사 역시 중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B사는 수주량 증가에 따라 국내 공장 인근에 증설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 부쩍 늘어난 인건비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B사는 중국 진출을 선택, 우선 중저가 제품부터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론 고가 제품까지 중국에서의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이 같은 고민과 함께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급진적인 노동정책이 깊게 자리한다. 최근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68→52시간)도 유예기간을 거쳐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미중무역전쟁으로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는 올 한해 우리 기업들을 힘들게 할 전망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력·투자 축소 등 긴축경영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이 더해지면서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고용유연성이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인력을 줄이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하는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강경래 이데일리 중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