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무서워"..올림픽 금 조준 여자골퍼들 어쩌나
by김인오 기자
2016.02.11 07:42:13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나는 너무 무섭다(it’s pretty scary.)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여자골퍼 아즈하라 무뇨즈가 리우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전세계를 공포에 빠드린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미국 골프채널은 10일(한국시간)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세계정상급 여자골퍼들이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에 깊은 시름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에서 발생된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평생 장애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골프 종목은 습지와 물이 있는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결혼을 했거나 앞둔 여자 골프 선수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무뇨즈는 스페인 국적 선수들 중에서 올림픽 출전 랭킹이 가장 높다. 경쟁자도 딱히 없어 자신이 고사하지 않는 한 올림픽에 스페인 국기를 달고 나가게 된다. 그는 “어쨌든 나는 올 여름에 리우에 갈 것이다. 하지만 너무 무섭다. 상황이 호전되길 바라며 (안정적으로 경기할) 해결책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커(미국)는 “지나치게 우려하진 않는다”면서도 “주치의와 상의를 해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생각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다”고 밝혔다. 미국 대표 선발이 유력한 렉시 톰슨의 에이전트인 바비 크라우슬러는 “우리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고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올림픽에 가지 않는 것 외에 확실한 대비책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가 손을 쓸 수도 없고,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8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커와 입장을 같이 했다.
한국 선수들도 내색은 않지만 속앓이를 할 수 밖에없다. 한국은 세계랭킹 15위 안에 4명이 포함돼 있어 출전 국가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랭킹이 유지된다면 박인비(2위)와 김세영(5위), 유소연(6위), 김효주(7위) 등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박인비와 유소연의 매니지먼트를 총괄하고 있는 이수정 갤럭시아SM 국장은 “국가대표가 7월에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은 지켜보는 입장이다. 최근 골프장 호수에서 물을 제거하는 등 주최측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행사이기 때문에 방역과 선수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수는 지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의 서식지다.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리는 브라질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 파크 골프코스는 2개의 인공 호수가 있다. 대형 호수는 2번홀과 3번홀, 5번홀에 접해 있으며 작은 호수는 10번홀에 있다. 이대로 경기를 치른다면 선수나 갤러리 모두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국제골프연맹(IGF)은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 변경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골프가 워터해저드 없이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