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사랑이야기, 인간의 본성 드러내는데 효과적"[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22.06.28 07:00:00

6년 만에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온 거장
"격정적·치명적 사랑만 있는 건 아니다"
"배우에 대한 평가, 감독에 대한 평가이기도 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29일 개봉

박찬욱 감독(사진=CJ ENM)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미묘하고, 섬세하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화가 해보고 싶었다.”

박찬욱 감독은 6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로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에 대해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랑이야기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 인간의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일어난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과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정서경 작가가 같이 썼다. 영화가 그리는 형사와 용의자 사이의 관계는 선을 넘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다. 박찬욱 감독은 “사랑이야기가 다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랑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해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겼다. ‘눈을 뗄 수 없이 매혹적인 작품’(가디언) ‘스릴러가 가미된 가장 이상적인 로맨스’(버라이어티)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외신들은 폭력과 선정적 장면이 거의 없는 달라진 감독의 연출 스타일, 주연을 맡은 탕웨이에 대해 찬사를 하며 주목했다.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분)뿐 아니라 ‘박쥐’ 태주(김옥빈 분) ‘아가씨’의 히데코(김민희 분)와 숙희(김태리 분) 등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욕망을 드러내며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는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창조해왔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 역시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선 캐릭터들과 유사하다. 탕웨이는 이를 보다 세련되고 성숙하게 표현해냈다.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의 캐스팅 1순위였다. 서래를 중국인으로 설정한 것도 탕웨이를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색,계’ ‘만추’ ‘황금시대’를 통해 탕웨이를 관심있게 지켜본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의 경우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작동했다”며 “탕웨이는 사랑스러우면서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영화에 다 반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배우를 통해서 표현되기 때문에 배우들이 잘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나에 대한 평가도 들어 있다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탕웨이와 박해일, 두 사람 모두 저를 놀라게 했다”고 두 사람의 연기를 치켜세웠다.

영화에는 탕웨이와 박해일 외에 이정현 고경표 박용우 박정민 김신영 등이 앙상블을 이뤄 풍성한 재미를 준다. 특히 개그우먼 김신영의 출연이 화제를 모았다. 김신영은 극중 박해일의 후배 형사 중 한명으로 후반부에 비중있게 등장한다. 박찬욱 감독은 “‘마더’에서 송새벽을 캐스팅한 것처럼, 김신영을 대학로에서 좀 알려진 배우를 우연히 발견해 처음 영화에 출연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열 번 정도 한 배우같이 잘해줬다”고 고마워했다.

‘헤어질 결심’은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뒤 국내 평단과 언론에서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평가와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등이 작품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헤어질 결심’은 심각한 영화가 아니고 머리를 써야 하는 영화도 아니에요. 관객들이 겁내지 않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박찬욱 감독(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