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에 묻힐라…중형 공모株 몸값 낮춰 흥행 도전

by김인경 기자
2021.08.06 01:00:00

7월 중순~8월말 상장 17개사 할인율 21.9~35.5%
최근 5년 코스피 상장사 할인율보다 2.7~3.7%p 높아
대어 사이에서 가격 매력으로 승부수…"따상" 자신감도
금감원 공모가 정정요구 압박에 눈치보기도

최근 공모주 밸류 할인율 현황(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기업공개(IPO) 대어에 밀린 중형급 공모주들이 ‘할인율’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알짜배기인데다 저렴한 가격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IPO 수퍼위크’ 할인율 21.9~35.5%…5년평균 보다 높아

5일 이데일리가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말까지 소위 ‘IPO슈퍼위크’ 기간 상장을 했거나 준비 중인 17개 기업의 증권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평균 할인율은 21.9~35.5%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의 IPO에서 평균 할인율은 19.1~31.8%인 점을 감안하면 상단과 하단이 2.7~3.7%포인트(p) 오른 것이다. 5년 평균치보다 할인율이 낮은 기업은 17곳 중 카카오뱅크(18.8~31.1%), 크래프톤(14.0~30.9%), HK이노엔(16.9~29.5%) 등 7곳(41.2%)에 지나지 않았다.

할인율은 상장을 하는 회사가 실적이나 시장전망, 이미 상장한 경쟁사와의 비교 등을 통해 적정 가치를 제시한 후, 일부를 제외하는 것을 뜻한다. 갓 상장을 하다 보니 기존 상장사와 달리 수급 변수가 있을 수 있는데다, 네임밸류가 유명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모과정의 흥행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보통 할인율이 높을수록 시장친화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롯데그룹주 중 롯데정보통신(286940) 이후 3년 만에 IPO 시장에 등장하는 롯데렌탈은 28.2~42.8%의 할인율을 적용하며 세일에 나섰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는 ‘대어’인데도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했다는 평이다.

이 외에도 큐라클은 26.5~41.2%의 할인율을 적용, 공모가를 최종 2만5000원으로 결정했고 지난달 22일 상장한 이후 이날 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쳐 공모가 대비 76.0% 올랐다. 이커머스에 플랫폼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래티어 역시 할인율 21.3~33.1%를 적용한 끝에 희망 밴드(8500~1만원)를 넘어서는 공모가를 확정 지었다. 이어 4~5일 진행된 일반청약에서도 2498.8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금감원 정정요구도 할인율에 한 몫…“할인율과 기업가치 같이 봐야”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대어와 비슷한 시기 공모시장에 등장하는 중형급 기업으로선 할인율을 내세워 투자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공모가에서 가격 매력이 있어야 ‘따상’을 노리는 개인들이 몰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개인들이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만큼 가격 매력을 내세우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상장을 마친 한 기업 관계자는 “증시에 돈이 몰리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공모가를 비싸게 받고 상장 첫날 하락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을 낸 후 오르는 게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상장사들의 우려도 할인율 상승에 한 몫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금감원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 요구하며 공모가 하향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017~2019년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 283개사가 신규 상장했지만,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경우는 전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6곳, 올해 9곳으로 늘어났고 이 중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아모센스(357580) 등이 희망 공모가 범위를 낮췄다.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받게 되면 상장 일정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기업들은 알아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이 정책적으로 개입하며 공모가 산정에 있어서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할인율이 높다고 무조건 기업가치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인율을 제시하기 전 기업가치를 상정할 때부터 기업가치를 ‘뻥튀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IT업체나 바이오업체의 경우, 기존 상장사 중 유사한 성격의 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해외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끌고 오며 적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투자은행(IB)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과도하게 기업가치를 뽑아낸 후,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고 말하는 기업도 있다”면서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도 할인율만 볼 게 아니라 기업가치 산정 등 전반적인 과정을 보고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