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비밀의 숲2' 강원철은 고마운 캐릭터…현재 최고의 작품" [인터뷰]①

by김보영 기자
2020.10.15 07:00:00

"강원철의 엔딩, 현실 닮아 씁쓸하고 막막했다"
사람으로서도 닮고 싶은 인물…정의감 샘 솟게 해
강원철 같은 검사, 언제 어디서든 있을 것
이수연 작가, 우리의 예상 능가해…'역시' 싶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시간이 지나고 내 전적이 안 지워진다고 한 거 내 경력을 말하는 게 아니야. 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검사 강원철이 한 짓은 그림자가 아주 길 것이다, 그거지.”

‘비밀의 숲2’의 마지막회는 검찰직을 사임한 강원철 동부지검장(박성근 분)이 “여기 얼마를 계시든 전적은 지워지지 않는다”던 후배 황시목(조승우 분)의 일침을 듣고 낚시터에 홀로 남아 이 대사를 되뇌이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tvN ‘비밀의 숲2’ 배우 박성근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종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비밀의 숲2’는 검경 수사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경찰 최빛(전혜진 분)과 검찰 우태하(최무성 분)의 커넥션과 침묵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그 배후인 거대 기업 한조와 얽힌 비밀은 결국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 난다.

풀어야 할 실마리를 남겨둔 결말이 시즌 3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지만, 현실보다 더욱 씁쓸한 등장인물들의 엔딩에 시청자들 대부분은 아쉬움을 표했다.

시즌 1, 2 통틀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원철이 검찰에서 물러나는 결말은 특히 많은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침묵의 이해관계에 얽혀 진실을 외면하려는 인물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그만큼은 황시목이 중요한 고민과 결정을 앞둔 순간 결정적인 길을 제시해주는 ‘멘토’같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강원철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박성근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인생에 새로운 전성기와 국면을 맞게 됐다.

박성근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작품이 끝난, 강원철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솔직담백히 털어놨다. 그는 “강원철은 박성근이 닮고 싶어하는 인물”이란 한마디로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그런 강원철을 만들어준 ‘비숲’은 현재로선 나에게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할 정도로 좋은 작품과 캐릭터들을 만나야겠지만 과연 그게 바뀔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많은 지점을 생각하고 되돌아 보게 한, 내 배우로서의 연기관까지 되짚게 한 좋은 작품”이라는 찬사로 소감을 대신했다.

강원철은 극 중 시즌 1에선 황시목의 서부지검 옛 상사로, 시즌 2에서는 동부지검장이 돼서도 죽은 이창준(유재명 분) 선배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한조를 저격하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검찰의 미래를 생각해온 든든한 황시목의 스승이 한순간 유혹의 덫에 걸려 양심의 가책을 받고, 후배들이 이끌 검찰 조직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은 남겼다.

박성근은 먼저 “시즌 1이 워낙 기대작이고 잘 나왔어서 시즌 2를 시작하는게 많이 설렜다”고 회고하며 “그 설렘이 충족될 만큼 작품이 잘 나온 것 같다. 시즌 2가 1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걱정되던 부분이 많았는데 괜찮게 나온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많은 사람들이 울컥한 강원철의 마지막을 그는 어떻게 봤을까. 박성근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한조만 빠져나가는 결말을 보며 결국은 대기업을 못 이기는구나,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이다가 필요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막연한 생각도 해본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품어야 할 후배 서동재(이준혁 분)도 강원철도 이렇게까지 결국은 또 한조에 휘둘리고 마는 결말이 정말 복잡미묘했다”며 “제 개인적인 생각에 강원철이란 인물은 강한 소신이 있고 휘지 않는 인물이란 느낌이 있었는데 그걸 버리고 한조를 찾아가서 숙이지 않나. 그 지점이 참 씁쓸했다. 결국은 졌다라는 지점에 좀 분함을 느꼈다. 현실에 너무 대입하면 안되는데 연기를 하면서도 대입이 되더라”고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신념을 저버리고 자신의 둥지를 지키는 대신, 조직과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책임을 지는 편을 택했던 강원철의 선택은 판타지 속 검사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다.

반면 박성근은 이에 대해 “소수이지만 강원철처럼 조직이 추구해야 할 정의를 지키려는 인물은 어디에나 있어왔다”며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다만 “과연 그 신념을 꺾으려 하는 그런 세력에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부분에선 생각이 많다. 굽힐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이어져서 그렇지 본체 강원철의 신념을 가진 검사들은 많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비밀의 숲’을 통해 처음으로 같은 캐릭터로 시즌 연속 연기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치 명절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고향을 가는 것처럼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그만큼 저에게는 자연스러웠던 과정이다. 그 안에 설렘과 기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사진=tvN ‘비밀의 숲2’)
같은 캐릭터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의 시점을 그린 만큼 시즌 1과 시즌 2 속 강원철의 변화된 모습을 표현해내기 위한 고민과 연구를 거쳤다고도 설명했다.

박성근은 “강원철이란 인물의 몇 년 후를 그리는 만큼 그동안의 변화가 어땠을지 머리 속에서 맵을 그려봤다”며 “우선 저는 직급이 꼭대기로 갈수록 타협 지점도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권력이 커지니. 내가 그 위치로 올라간다면 어찌 변했을까 지점에 초점을 맞췄다. 강직해졌을까, 유해졌을까를 고민하고 상상했다. 시즌 1처럼 직설 화법을 쓸지 간접 화법을 쓸지도 고민 많이 했다.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을 봤을 때 강원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이나 이런 것들을 고수하는 지점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히려 캐릭터에 접근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또 “강원철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연기하는 저도 점점 그 사람처럼 변해가는 게 있었다. 기본 질서를 지키려 하고 모순적인 걸 보면 제가 대신 항변하고 싶은 정의감이 고개를 들고. 이제까지의 나는 그런 도덕적 소신을 겉으로 밝히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막 신호 안 지키는 것 등이 예전보다 더 눈에 밟힌다. 빨리 지워야 하는데(웃음)”라고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임 후 강원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박성근은 “모르겠다”면서도 “낚시를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 작가의 영역이겠지만 박성근이라면 아마 다 내려놓고 그 쪽 자체를 안 쳐다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도 안되는구나, 안 변하는구나 라는 지점이 씁쓸해서. 젊은 나이었다면 어떻게든 변혁을 위해 버티고 조금씩이라도 도모했겠지만 나이도 있고 해서 아마 내려놓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고 솔직히 답했다.

이수연 작가의 깊이와 역량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즌 1을 미루어봤을 때의 작가님은 우리 모두가 이런 전개로 갈 것이다 추측하던 예상에서 항상 뭔가를 더 하신 분이란 생각을 했었다”라며 “그리고 최빛과 우태하의 커넥션이나 서동재 사건의 범인 윤곽이 잡혀나갈 무렵엔 ‘와 작가님은 역시’ 하면서 놀란 지점이 많았다. 강원철이 통영 건과 관련해 서류에 싸인 하나 한 게 이렇게 많은 결과를 낳다니 싶었다. 호흡은 길었지만 그 호흡이 계단식으로 쌓이고 촘촘히 잘 엮여 이야기가 완성됐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비밀의 숲’이 조명한 전관예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도 털어놨다.

“전관예우라는 게 사실 권력형이라는 지점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인 사소한 지인의 부탁 이런 것들도 사실 전관예우의 행위가 될 수 있는거죠. 인간과 인간 사이의 행위 안에 나도 모르는 여러 의미와 생각, 배려 등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무작정 기계적으로 없앨 수 없는 어려운 지점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