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막둥이에서 에이스가 된 남자, 양현종

by정철우 기자
2015.06.06 09:11:11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KIA 투수 양현종. 개인적으로 특별히 친분이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어쩌면 팬들께서 보시는 모습 정도를 저도 비슷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아, 아무래도 덕아웃 뒷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 보다 조금은 가깝겠네요.

어찌됐던 그를 보는 느낌은 비슷할 겁니다. 착한 막내 동생같은 이미지죠.

그가 참 귀엽다고 느꼈던 순간은 두 가지 정도 생각이 납니다. 양현종 선수는 훈련 때 그 누구보다 썬 크림을 많이 바르는 선수인데요. 훈련 후 화장실에서 급하게 세수하는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해도 별로 없는데 너무 많이 바른 거 아니에요?” 그의 답은 이랬습니다. “해가 안 뜬 날도 자외선은 장난이 아니래요. 제가 피부라도 꼭 지켜야 하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야구 선수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ㅎㅎ.

또 한 가지는 제 후배를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요.

양현종 선수가 한 때, 모 걸 그룹의 리더를 무척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고 계실겁니다. 팬으로서요….



어찌됐건 순수하게 좋아하는 양현종 선수가 제 후배도 귀여웠나 봅니다. 그 그룹이 인터뷰를 위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서 사인을 받아다주기로 합니다.

친절한 그 리더는 사인 후 한 마디를 더 물었다고 하더군요. “그 분께 뭐라고 적어드릴까요?” 양현종 선수가 누군지 몰랐던게죠. 하긴 그 땐 그리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 리더는 후배의 부탁대로 “꼭 10승 하세요.”라고 적었습니다.

며칠 후 그 사인은 양현종 선수에게 전달이 됐구요. 그런데 그 사인을 전해주던 후배는 거짓말을 하나 해야 했습니다. 양현종 선수가 사인을 품에 안으며 “10승을 꼭 하라니, 나를 아는 것일까”라고 행복해했기 때문입니다. 차마 자신이 부탁한 소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나 이렇게 착한 막둥이 같던 양현종 선수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좋은 투수였지만 올 시즌의 포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찍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투구에선 이제 ‘책임감’이라는 것이 묻어나옵니다. 진짜 에이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양현종 선수의 올 시즌 종착역이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매년 어려움을 겪었던 여름 승부도 남아 있구요. 하지만 그는 이제 KIA의 에이스 입니다. 그 무거운 책임감과 짐을 이겨낼 준비가 돼 있을거라 믿습니다.

갑자기 너무 멋있어져서(?) 좀 놀랍기는 하지만…, 양현종 선수가 토종 에이스 부재라는 한국 프로야구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좋은 투수로 끝까지 잘 버텨내주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