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무실점' 류현진, 커쇼 대신 개막전 선발도 넘본다

by이석무 기자
2019.03.10 14:05:09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시즌 20승 달성을 노리는 ‘LA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투수까지 넘보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1안타만 내주고 무실점했다. 삼진은 3개를 잡았고, 사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1이닝 1피안타 무실점), 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2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이어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적은 처음이다.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 이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자 현지에선 그를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A 지역신문인 ‘LA 타임즈’는 “클레이튼 커쇼(31)가 어깨 문제에서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로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저스 소식을 주로 전하는 ‘다저블루’도 “류현진이 3번 등판해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며 “현재 스케줄대로라면 류현진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스프링캠프 초반 팀의 에이스인 커쇼를 개막전 선발로 일찌감치 예고했다. 커쇼는 지난 8년간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을 도맡았다. 다저스에서 커쇼 이외 선수가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커쇼가 스프링캠프 초반 왼쪽 어깨 염증으로 훈련 스케줄이 미뤄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규시즌 개막전까지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시범경기 등판은 커녕 불펜에서 라이브 피칭(타자를 세워두고 전력투구하는 것) 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다행히 커쇼의 어깨 통증은 많이 호전됐다. MLB닷컴은 10일 “왼쪽 어깨 염증으로 재정비에 들어간 커쇼가 ‘더는 아프지 않고, 다만 정규리그 준비를 위한 투구 일정에만 뒤처졌다는 듯’ 평지 투구에서 빠른 볼을 뿜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개막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몸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로버츠 감독도 “개막전 선발투수의 문은 열려 있으며 공식적으론 결정된 게 없다”며 커쇼를 무리하게 개막전 선발로 내보낼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커쇼와 함께 올시즌 다저스의 원투펀치를 이룰 우완 강속구 투수 워커 뷸러(25)도 아직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커쇼처럼 몸에 이상이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처음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만큼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역시 개막전 선발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류현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 후보로 손색이 없다. 시범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내용도 좋다. 직구 구속은 최고 92마일(약 148㎞)까지 찍었고 투구수도 40개를 벌써 넘겼다. 다음 등판에선 50~60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과 함께 개막전 선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선수는 베테랑 좌완 리치 힐(39)이다. 힐은 시범경기 3경기에서 6⅓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 중이다. 2005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백전노장으로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개막전 선발 후보로 손색없다. MLB닷컴도 최근 다저스 개막 로테이션을 전망하면서 힐을 1선발, 류현진을 2선발로 예상한 바 있다.

만약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면 박찬호가 2001년 LA 다저스,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잇달아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이래 한국인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우게 된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시절 총 5번 개막전 선발로 등판했다.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 기용 가능성을 묻는 현지 취재진 질문에 “아직 잘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것에 대해 들은 것도 없다”면서도 “만약 기회가 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