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찍덕’의 피 땀 눈물

by김윤지 기자
2018.12.17 06:01:00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 밖에서 열린 ‘장터’. 한 팬이 자신의 SNS 계정을 홍보하면서 방탄소년단 굿즈(기획상품)를 판매했다.(사진=김윤지 기자
[홍콩=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셔터음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비어있던 옆자리에 여성 관객이 앉아 있었다. 그는 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예사 움직임이 아니었다. 수시로 고개를 돌려 진행요원의 동태를 살피면서 해당 가수가 퇴장하는 순간까지 야무지게 촬영했다. 시선을 느낀 듯 한 그는 기자에게 중국어로 한마디 한 후 자리를 떠났다.

지난 14일 오후(현지 시간) 홍콩 AWE(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MAMA in HONG KONG’에서 겪은 일이다. ‘찍덕’(사진 찍는 덕후)과 현장 요원들의 눈치싸움은 치열했다. 흡사 전쟁터였다. 대부분 현장 요원에게 적발되면 서로 어색한 미소가 오간 후 순순히 퇴장했다. 현장 요원을 따라가던 한 ‘찍덕’은 갑자기 몸을 돌려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뒤늦게 눈치 챈 현장 요원이 함께 뛰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버티던 ‘찍덕’은 결국 퇴장 조치됐다. 수상 결과 보다 더 흥미로웠다.

시상식 시작 전 공연장 밖에서 목격한 ‘장터’가 떠올랐다. 스타의 사진이나 슬로건 등 ‘굿즈’(goods·기획 상품)가 주된 상품이었다.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이 주류를 이뤘다. 물품 구성에 따라 한국 돈으로 1000원부터 3만원에 이르는 금액까지 다양했다. 경찰이 오가며 주의를 줬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또 이들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한다. SNS 메시지로 물건과 위치, 금액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접선하는 이들도 있었다. 말없이 눈빛만으로 물건과 돈이 오갔다. 한국에서 왔다는 한 ‘찍덕’은 “2~3시간 정도 바짝 팔면 현지 체류비와 티켓 값 정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다. 여자 가수상을 수상한 선미가 수상 소감을 말하던 때였다. 갑자기 함성소리가 높아졌다. 다음 무대를 위해 방탄소년단 멤버가 조명이 꺼진 무대 한 쪽으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있던 ‘아미’(팬클럽)는 그들의 몸짓에 즉각 반응했다. 눈물 맺힌 눈을 한 선미의 수상 소감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찍덕’의 카메라는 열심히 움직였다.

K팝 시상식 포화 시대다. 시상식마다 이 같은 ‘고군분투’가 일어난다고 한다. 오늘날 ‘찍덕’ 문화는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일종의 암시장이다. 스타의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등을 침해한 엄연한 불법이기도 하다. 주최 측이 이를 완벽히 차단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날 시상식도 입장시 소지품을 검사했고, 현장에 수십 명의 요원들이 지켜봤다. 실제 수 명의 ‘찍덕’이 쫓겨났다. 그럼에도 SNS에선 촬영에 성공한 ‘찍덕’들의 결과물이 연이어 올라왔다. 방탄소년단의 대표곡이 떠올랐다. 그야말로 ‘찍덕’의 피 땀 눈물이었다.

공연 시작 전부터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내걸고 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했다. (사진=김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