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글로벌 IT 거인들, 위기론 '솔솔'

by김관용 기자
2015.07.29 00:49:0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최근 IT 업계의 핫 이슈는 글로벌 IT 거인 기업들의 위기설이다. 한때 국내 IT 시장을 주름잡았던 HP와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IBM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한때 한국IBM은 ‘IT사관학교’로 불릴만큼 국내 IT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IBM은 그동안 끊임없는 사업구조 변화를 통해 성공 스토리를 이어갔던 대표적인 혁신 기업이었다.

천공카드 시스템 및 상업용 전자계산기 공급으로 사업을 시작한 IBM은 진공관 컴퓨터, 퍼스널컴퓨터(PC), 메인프레임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후 IBM은 당시 주력 사업이었던 PC사업부를 2005년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IBM은 이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 부문까지 인수하면서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으로 주력 사업을 바꾸는 혁신을 보여줬다. 지난 2011년 창사 100주년을 맞은 IBM은 지난 12년 동안 100개가 넘는 기업들을 삼키며 인수합병의 귀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IBM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축소하고 클라우드와 모바일,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레노버에 저가 서버(x86서버) 부문을 매각했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 슈퍼컴퓨터 ‘왓슨’ 등 하드웨어 사업의 근간이 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도 내다 팔았다. 또 한번 사업구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하지만 IBM은 아직도 신규 사업 부분인 클라우드 영역에선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소프트레이어를 20억 달러에 사들인 이후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과 아마존, 세일즈포스닷컴 등 클라우드 분야 선두주자들과의 격차를 줄어지 못하고 있다.

주력 부문인 하드웨어 사업 부진으로 IBM은 국내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x86 서버 사업부는 지난해 중국 PC 기업 레노버에 매각했다. 반도체 공장 역시 글로벌파운드리에 팔았다. 메인프레임이나 유닉스 서버 사업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에 따라 매출이 줄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IBM의 유닉스 서버 매출은 전년 동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직원수 역시 2년새 500여명이 줄어든 2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업무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이 퇴사하면서 IBM 서비스의 질적 하락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IBM은 지금도 꾸준히 조기퇴직프로그램(ERP) 등을 통해 직원수를 줄이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IBM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1조544억원, 순이익은 59% 줄어든 47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68% 감소한 45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HP도 올해 회사를 둘로 쪼개는 시련을 겪을 전망이다. 본사가 소비자 부문(컨슈머)과 기업 부문(엔터프라이즈)을 분리키로 함에 따라 한국HP 역시 둘로 나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HP의 위기설과 맞닿아 있다. HP는 올해 전체 임직원의 16% 가량에 해당하는 1만6000명을 추가로 감축해 총 5만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주력 사업인 컴퓨터 제조 부문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HP는 1939년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에 설립한 회사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세계 PC시장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레노보에 PC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상황. 다양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나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한국오라클 역시 위기다. 전통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 등 소프트웨어 분야 강자로 꼽혔던 회사지만 최근 국내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 국내 공공기관들의 국산 소프트웨어 사용 지침과 각종 라이선스 이슈 등으로 고객들이 한국오라클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 소프트웨어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최근 오라클의 영업 방위 행위가 심해져 소송까지 검토했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오라클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보다 유지보수 매출을 더 많이 내고 있는 것은 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