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ESG가 미래 M&A 동력”…폐기물 업체에 눈독

by김연지 기자
2021.10.12 01:30:00

ESG 경영 기조, M&A 시장 속 새로운 동력으로
M&A장 나온 EMK·KG ETS, ESG 트렌드 수혜 톡톡
원매자도 매물 눈독…"몸집 불려 시장 우위 점하자"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가운데 관련 매물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폐기물 처리업체다. SK에코플랜트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등 국내외 원매자들이 폐기물 업체 인수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어 관련 열기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SG로 몸값 오른 폐기물 처리 업체, M&A 장 선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SG는 M&A 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도이체방크는 기업들의 ESG 투자 전환으로 세계 M&A 시장 호황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르톨드 푸에스트 도이체방크 M&A 사업부 대표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기업들은 ESG 투자를 준수하기 위해 자본을 재투자 및 재분배하고 있다”며 “ESG 경영 기조는 M&A 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하루 전국 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하루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2016년 42만 9128톤에서 2019년 49만 7238톤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2019년에는 전년대비 하루 전국 폐기물 발생량이 11.5% 늘어나며 최근 6년 사이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폐기물 발생량은 아직 집계 전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발생으로 배달음식을 비롯한 배송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2020년 폐기물 발생량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매각 조짐을 보이는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다. EMK는 2010년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폐기물 업체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인수 이후 동종 폐기물 업체를 추가로 사들이는 ‘볼트온’(유사 기업 인수합병)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는 JP모건으로부터 EMK를 3900억원에 인수했고, 2018년 폐산·폐알칼리 등 액상 폐기물을 중화하는 에스티에코를 설립했다. 이후 지정 폐기물 처리 전문업체인 이엠케이울산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EMK의 매각가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주관사 선정 과정에 한창이며, 더욱 구체적인 매각 일정은 11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복수의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설명서)를 발송하며 매각 작업에 돌입한 KG ETS에 대한 관심도 높다.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25% 수준을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저레터에는 매각 대상인 집단에너지사업부와 신소재사업부에 대한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각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원매자들도 눈독…“착한 투자에 이익까지”

매물로 거론되는 폐기물 처리 업체들에 대한 원매자들의 관심도 많은 상황이다. 폐기물 소각업은 당국의 신규 인허가가 까다로운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여기에 ESG 경영에 폐기물 처리 업체가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시장에 폐기물 소각 관련 매물만 떴다 하면 대기업부터 사모펀드 운용사까지 관심을 쏟는 이유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SK에코플랜트다. 지난해 수처리·폐기물 처리 업체 EMC홀딩스 인수를 시작으로 1년 새 10곳의 폐기물 업체를 인수하는 등 관련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들어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폐기물 처리업체는 충청환경에너지와 경기환경에너지, 경인환경에너지, 경북환경에너지, 클렌코, 새한환경, 대원그린에너지, 그린환경기술 등이다. 최근에는 추가적인 친환경·신에너지 관련 M&A를 검토하기 위해 회사 주력 사업인 플랜트 사업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사모펀드사들과 손을 잡은 국내 일부 기업들은 SK에코플랜트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관련 매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을 잡은 태영그룹은 인수전에 눈독을 들이는 원매자로 꼽힌다. 태영그룹과 KKR은 폐기물 업체 ESG와 ESG청원, 수처리업체 TSK코퍼레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최근 KG ETS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 E&F PE와 손잡은 IS동서도 폐기물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 원매자로 떠오르고 있다. IS동서는 폐기물 업체로 코스닥에 상장한 인선이엔티와 코엔텍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ESG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인식되는 분위기”라며 “폐기물 처리 업체가 ESG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는 만큼, 관련 매물에 대한 업계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