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MTS 전쟁]메기가 된 토스증권…바꾸지 않으면 도태

by이지현 기자
2021.06.23 00:11:00

토스증권 350만계좌 돌파…기존 증권사도 개선
삼성증권 KB증권 아예 주린이 대상 MTS 출시도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앱 활용 쉬운 투자 초점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손질이 한창이다. ‘더 빠르고 더 쉽게’를 통해 미래 큰손으로 떠오른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초보자)’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바꾸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절박한 위기의식이 MTS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핀테크 기업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 토스증권의 유례없는 MTS 흥행이 큰 자극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토스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MTS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200만명이 신규 계좌를 텄다. 이후 석 달도 되지 않아 신규 가입자가 300만을 넘어섰다. 이날 기준 계좌수는 350만개를 기록했다.

토스증권 mts
지난해 12월 기준 개인투자자가 914만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 이상이 토스 MTS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토스증권의 MTS는 기존 MTS와 다르다.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주식 △거래가 많이 이뤄진 주식 △1만원·5만원 이내에 살 수 있는 주식 △비싼 주식 등으로 구분해 누구나 쉽게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설계했다. 많은 정보보다 초보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넣은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처음 MTS를 개발할 때부터 사용성평가(Userbility Testing) 등을 통해 고객들의 피드백을 많이 참고했다”며 “이런 식의 분류와 콘텐츠 등이 나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인식의 전환에 기존 증권사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지난 16일 새로운 간편 투자앱 ‘O2(오투·오늘의 투자)’앱을 출시했다. 기존 MTS인 ‘mPOP(엠팝)’과 별개로 메뉴를 대폭 줄이고 자주 쓰는 기능을 한곳에 모아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KB증권도 자회사 ‘프로젝트바닐라’를 통해 누구나 쉽게 쇼핑하듯 주식거래를 할 수 있도록 ‘바닐라앱’을 출시했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005940)은 MTS ‘나무(NAMUH)’와 ‘QV’앱 홈 화면을 사용자 중심으로 개편했다. 신한금융투자은 MTS ‘신한알파’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도 메뉴 용어와 구성을 쉽게 바꿨다.

키움증권(039490)과 한국투자증권은 연말 MTS 개편을 준비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국내투자, 해외투자 등으로 나뉘었던 앱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 최근 트랜드를 감안한 구성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내 오픈을 앞둔 카카오페이증권도 MTS 차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3600만명이 가입한 카카오앱을 통해서는 쉽고 가볍게, 카카오페이앱을 통해서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담는 등의 투 트랙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한 번도 투자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현재 본격적인 개편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상황을 주시하며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안인성 NH투자증권 디지털 솔루션 부문장을 디지털부문 대표로 영입했다. 안 대표는 ‘나무’를 월 사용자 230만명까지 끌어올리면서 단숨에 키움 다음으로 이용자 수 2위자리로 만든 장본인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개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