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방송가 파장]②"순하고 실한 주인"…예능 자막의 세태 풍자

by김윤지 기자
2016.11.01 06:57:00

‘무한도전’(위),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자막은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듯한 친근한 느낌을 주면서 부가적인 설명이나 재치 있는 묘사로 재미를 준다. 예능이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만큼 자막에서 유행이나 관심사를 읽을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예능프로그램 자막을 찾아봤다.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29일 MBC ‘무한도전’은 국내외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무중력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풍선을 몸에 단 멤버들이 하늘로 떠오르자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란 자막이 등장했다. ‘오방색’은 최 씨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에 저장된 파일 이름 ‘오방낭’을 연상시킨다. 오방낭은 동양의 오행사상이 깃든 흑·백·청·홍·황 오방색으로 만든 주머니로, 2013년 박 대통령 취임식 때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 행사에 등장했다. 또한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등의 자막이 화제를 모았다.

◇“순하고 실한 주인”

30일 SBS ‘런닝맨’은 2인1조 ‘아바타 레이스’가 펼쳐졌다. 하하는 게스트로 출연한 김준현과 짝을 이뤘다. 하하는 ‘주인’ 김준현이 게임에 뒤처지자 “열심히 좀 하라”고 구박했다. 이에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라는 자막이 흘러나와 최 씨를 연상케 했다. 이밖에도 “비만실세”, “유체이탈 주법”, “무정부 시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등의 자막이 눈길을 끌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위),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30일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배우 기태영·딸 로희 부녀는 방송인 샘 해밍턴의 집을 찾았다. 기태영은 ‘초보 아빠’ 해밍턴에게 육아법을 전수했다. 로희가 목욕 후 과자를 먹자 해밍턴의 강아지 만두는 그런 로희를 빤히 바라봤다.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자막이 나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제93회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꿈 나들이’ 행사에서 한 말 중 일부였다.

◇“아…이건…”

29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사진으로 등장했다. 이날 김구라가 초대한 김학도·안윤상·정종철 등은 다양한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조영구는 김학도를 따라 도옥 김용옥 교수의 성대모사를 시도했으나 다소 어설펐다. 이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행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움짤’(움직이는 이미지를 뜻하는 온라인 용어)과 “아…이건…”이란 자막이 나왔다. 정색하는 표정이 인상적인 김 위원장의 이 ‘움짤’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맞물려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