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이전에 '구슬치기'가 있었다

by오현주 기자
2021.12.02 03:30:01

△갤러리도올서 개인전 '삶' 연 작가 이목을
화가의 사적인 시선에서 들여다본 세상그림
소박하지만 빛났던 일상을 옮겨가며 소통해
'그림'과 '단상'을 붙여 조화 이룬 '하루화담'

이목을 ‘하루화담-구슬치기’(2020), 캔버스에 혼합재료, 31.8×40.9㎝(사진=갤러리도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날부턴가 바닥에 그려진 삼각형만 보면 머리가 먼저 반응하는 ‘자동연상’이 찾아왔다. 오징어게임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다르다. 삼각형뿐이라서? 동그라미와 네모가 없다고? 아니다. 들여다볼 때마다 고차원의 판타지로 안내하는 작고 투명하고 반짝이는 구슬이 있어서다. 오징어게임보다 예술적인 감각을 요구하는 이 게임의 이름은 ‘구슬치기’다.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 이목을은 소박하지만 늘 빛이 났던 낯익은 일상을 옮겨놓는다. 지극히 사적인 감정으로 화가의 시선에서 들여다본 세상에는 인물도 있고 사물도 있고 계절도 있다. 그중 그날 작가의 마음을 움직인 그것을 ‘당첨’시켜 그림으로 때론 글까지 붙여 ‘기록’해 두는 거다.



그렇게 일기처럼 엮어간 연작이 ‘하루화담(畵談)’이다. 그 한 점인 ‘하루화담-구슬치기’(2020)는 오랜 추억 속에서 꺼낸 장면. 이 장면에는 이런 글을 붙였다. “내 어릴 적 동동동/ 겨울날이면 울 동네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와와와 양지바른 땅바닥에 삼각형 그려놓고 던져서 딱! 튀겨서 빡!/ 알록달록 행성 꼭 닮은 구슬을 타고 무아경 온 우주여행에 슈우욱 빠졌더랬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화’(그림)와 ‘담’(이야기)이 이뤄내는 조화가 그저 감상보다 더한 공감을 던진다. ‘하루화담-분리수거’(2020)에는 “사용할 때 요것 따로 조것 따로 버릴 때도 요것 따로 조것 따로, 이 참에 내 마음의 쓰레기도 요것 따로 조것 따로”라고, ‘하루화담-꽃웃음 2’(2021)에는 “우리 꽃 피우느라 엄청 힘들었어 그러니까 웃을 수 있는 거야”라고 달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삶’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이목을 ‘하루화담-분리수거’(2020), 캔버스에 혼합재료, 31.8×40.9㎝(사진=갤러리도올)
이목을 ‘하루화담-꽃웃음 2’(2021), 캔버스에 혼합재료, 45.5×53㎝(사진=갤러리도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