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진료] 유방암, 막연한 두려움으로 멀리하지 마세요

by이순용 기자
2021.07.24 00:03:55

해볼 수 있는 게 많고 해볼 만한 ‘유방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유방암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암 중 하나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에서 가파른 증가율을 보이다가 급격히 추이가 꺾인 갑상선암과 달리,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6년 기준 여성암 발병 1위다. 매년 새로운 환자가 2만 명씩 늘고 있고, 여성 25명당 1명꼴로 유방암이 진단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여성암이다.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민선영 교수는 “중년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유방암은 여성 고유의 신체부위인 유방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특정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식사습관, 음주, 호르몬 등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유방암의 예후는 진단 당시의 병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병기가 낮을수록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2기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91.8%, 10년 생존율은 84.8%다. 0기와 1기 유방암 모두 10년 생존율은 92% 이상인 반면, 3기 유방암의 10년 생존율은 63.4%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선영 교수는 “최근 검진의 활성화로 유방암 환자의 약 90%는 비교적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병기로 진단되고 있다”며 “만져지는 덩이와 함께 특정 부위의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되거나 유두 분비물이 있는 경우, 반복적인 습진이 유두 피부에 생긴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진단은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술을 통해 가능하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을 압착해 검사하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지만 통증이 있으며, 거부감이 심한 검사다. 반면, 초음파 검사는 젤을 바르고 편안한 자세로 진행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그렇다면 초음파 검사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까?

민 교수는 “초음파와 촬영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상호보완적으로 덩이 없이 미세한 석회 병변으로만 나타나는 제자리암은 유방촬영술에서만 확인되기도 하며, 유방조직이 치밀할수록 정확성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유방초음파 검사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도 한다”며 “유방초음파는 유방 내부의 구조, 덩이가 발생한 위치, 형태, 덩이와 정상 조직 간의 관계 등 자세한 평가를 통해 악성도를 감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치료의 중심은 단연 ‘수술’이다. 부분 절제술과 전체절제술로 구분되는데 완벽한 종양 제거, 후유증 관리를 넘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유방의 보존이다. 수술 후 환자의 미용적인 문제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절제 이후 새롭게 유방의 모양을 가다듬는 과정은 병변 위치, 유방조직의 특성과 범위 등을 고려해야 하기에 환자 개개인마다 다르다.



민 교수는 “경희대병원 유방외과에서는 오랫동안 종양성형수술법을 적용, 수술 후 변형으로 인한 상실감을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40·50대, 심지어 30대에게도 나타는 유방암의 연령별 분포를 고려해볼 때,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의료진과 의논하며 암의 완치뿐만 아니라 수술 후 삶의 질까지 내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암치료는 암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다. 유방암 또한 수술 후 미세하게 남아 있는 암세포까지 제거하며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항암치료는 필수다. 비교적 초기로 판단되더라도 유방암 세포가 혈액에서 발견되는 등 수술전·후 시행하는 선행 또는 보조 항암치료는 수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후 수술 받은 환자의 약 20%에서는 제거된 조직에서 암세포가 박멸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병리학적 관해로서 아형에 따라 5~60%의 다양한 완전 관해율을 보이고 있다.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백선경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 후 보조적 치료로서 보조화학요법을 주로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종양이 너무 크거나 수술범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종양이 있는 상태에서 항암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항암제에 대한 암의 반응과 암세포의 감수성을 비교적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수술 후 보조화학요법은 수술을 통해 1차적으로 종양을 제거한 후 남아 있는 미세 암을 항암제로 박멸하는 개념이다. 다만, 미세 암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가 없다보니 항암제에 대한 암세포의 감수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백 교수는 “환자마다 재발이나 전이의 위험도, 암의 특성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초기단계인 1기환자라 할지라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항암치료에 대해 많은 환자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유방암의 경우 항암제나 호르몬 치료에 비교적 반응이 좋아 주변 선진국에 비해 5년 생존율이 앞서고 있는 만큼 희망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병원 유방암 다학제협진팀은 유방외과, 종양혈액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의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자별 최적의 치료법을 모색해 최상의 치료효과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감, 여성성과 자존감까지 책임지며 통합 정밀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백선경 교수(좌측)와 유방외과 민선영 교수(우측)가 유방암 환자의 치료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