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수구, 역사적인 첫 승리 外 광주수영 이모저모

by이석무 기자
2019.07.24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남자수구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수구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에 17-16(3-3 2-2 4-5 3-2 <5-4>)으로 이겼다.

한국은 전·후반을 뉴질랜드와 12-12 동점으로 마쳤지만 승부 던지기에서 5-4로 이겨 천금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광주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앞선 4경기에서 유럽의 강호 그리스(3-26), 세르비아(2-22), 몬테네그로(6-24)에게 모두 대패했다. 카자흐스탄과의 순위 결정전에서도 4-17로 패해 15~16위 결정전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뉴질랜드를 이기면서 한국 수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세계선수권대회 첫 승을 이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아침부터 경기장을 찾아 수구 대표팀을 직접 응원한 가운데 한국은 뉴질랜드와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한국은 4쿼터 11-12로 뒤진 가운데 종료 32초 전 권영균의 중거리슛으로 12-1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종료 직전 뉴질랜드 매슈 루이스의 슈팅을 골리 이진우가 막아내면서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승부던지기에서 웃었다. 한국은 5명의 슈터가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4쿼터 막판 동점골을 터뜨렸던 권영균은 마지막 슈터로 나서 승리를 결정짓는 골까지 성공시키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권영균은 3골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대표팀 맏형이자 주장인 권영균은 “앞선 경기들에서 선배로서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줘서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야 후배들을 볼 면목이 섰다“며 ”1승을 위해 ‘물에서 죽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비마다 슈퍼세이브로 승리를 이끈 골리 이진우는 “사실 말만 목표였지 1승은 꿈이라고 생각했다”며 “관중분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받아서 1승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美 에이드리언, 고환암 이겨낸 감동의 금메달

불과 6개월 전 고환암 판정을 받고도 2019 광주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400m에서 미국의 금메달을 이끈 네이선 에이드리언(31)이 화제다.

에이드리언은 5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8개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최고의 수영선수다. 누구보다 화려한 선수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 1월 25일 SNS를 통해 고환암에 걸린 사실을 공개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고 돌아오겠다”고 밝힌 뒤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가 약속한 대로 두 번째 수술을 받은 두 일주일 만에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이 의욕처럼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미국수영연맹은 그를 국가대표 지위를 계속 유지했다.

에이드리언은 기적처럼 빠르게 회복됐다. 4월 검진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결과를 받았고 5월엔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까지 끌어 올렸고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당당히 미국 대표로 참가했다.

21일 열린 계영 400m 결승에서 케일럽 드레슬, 블레이크 피어로니, 잭 애플에 이어 미국의 마지막 영자로 출전한 에이드리언은 자신이 맡은 100m를 47초08초 만에 주파해 금메달을 견인했다. 이날 미국 대표팀이 세운 3분09초06은 대회신기록이었다.

에이드리언은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