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브렉시트·佛노란조끼…도전받는 '하나의 유럽'

by방성훈 기자
2019.01.17 00:00:00

英브렉시트…EU 반발 기폭제 될 수도
佛노란조끼 유럽 전역으로 확산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며 출범한 유럽연합(EU) 체제가 도전 받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 등 리더십 위기 저변에 깔려 있는 반(反)EU 정서가 분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이를 지렛대 삼아 EU 체제에 대한 각국의 도전이 이어질 수 있다. 소강상태를 보였던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덱시트(독일의 EU 탈퇴),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움직임이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하원은 15일(현지시간)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승인투표를 진행했다.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최종 ‘부결’로 귀결됐다. 무려 230표의 격차를 보였다. 메이 총리 소속 정당인 보수당에서 118명이나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내놓은 안건에 대해 200표 이상의 차이로 부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국민들은 지난 2016년 6월 치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했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지만 “어마어마한 분담금을 내면서도 혜택은 크지 않다. 남아 있을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영국은 독일 다음으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178억파운드다. 할인을 받아 실제로 낸 금액은 129억파운드다.

이후 메이 총리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면서 브렉시트를 추진했고, EU와 합의 과정에서 소프트 브렉시트(관세동맹 및 EU 일시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의회는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날 부결시켰다. 메이 총리가 소속된 보수당에서는 대부분 하드 브렉시트(관세동맹 및 EU 동시 탈퇴)를 원해 반대표를 던졌다. 노동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EU 잔류를 이유로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메이 영국 총리는 진퇴양난 위기에 빠졌다.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개정된 합의안으로 재표결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번 승인투표에서 워낙 큰 표차로 부결됨에 따라 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관측이다.

최대 쟁점인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경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울러 이날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까지 제출되면서 정부 해체 및 조기 총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다시 한 번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EU에 남을 것인지, 어떤 형태로든 브렉시트를 할 것인지 한치 앞도 보기 힘든 그야말로 ‘혼돈 속 혼돈’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17일 프랑스 국민 30만명이 별도의 지도부조차 없이 노란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주말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968년 5월 ‘파리 학생 폭동’ 이후 50년 만의 최대 규모 저항운동이다.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였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한 비난으로 확산하고 있다. 3주째부터는 프렉시트 구호가 등장했다. 처음 프렉시트가 제기된 이유, 중산층 붕괴에 대한 노력이 보이지 않아서다. 마크롱 정부의 개혁동력이 사실상 바닥난데다, 반EU 성격을 띠는 시위대 요구가 점점 강해지면서 프렉시트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노란조끼 운동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세르비아 등 유럽 전반으로 번지는 추세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유럽 리더십 위기에 대해 “나라별로 조금씩 양상이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동일한 정서가 깔려있다”며 양극화, 이민자 및 난민 혐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을 꼽았다.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브렉시트와 노란 조끼 시위대가 보여주듯, 유럽 사회를 가로지르는 단층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며 “그 어느 때보다 유럽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